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2_06 미국_훼잇빌 : 우리세대의 애물단지 '영어'

에어모세 2009. 2. 10. 21:24

언어를 배운다는 건 참 가치있는 일이다.
여행을 다녀보니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여행을 할 때 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했던 다짐,
바로, 언어를 꼭 배워야 겠다. 특히 영어.


언어를 몰라도 여행은 가능하다.
잘 짜여진 가이드 북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어디를 가나 먹고, 자고, 이동하는데 그리 어려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좀 더 풍성한 여행이 되려면
언어가 정말 필요하다.
그들이 한국어를 알던, 내가 그들의 언어를 알던...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깊고 의미있고 재미난 여행을 위해서 그렇다.


이런 동기부여가 있음에도 쉽지 않은게 또한 언어공부인 것 같다.
나 자신부터 그렇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의 영어는, 내 생각에 거의 애물단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우기 우리 세대나 우리 좀 윗세대에서 더욱 그렇게 생각들 것 같다.
자신들도 평생 영어에 치여 살아왔는데,
자식들의 영어교육이라는 짐까지 지고 살아야 하니 말이다.


다양한 동기에서 자율적으로 즐겁게 배워야 할 것이 언어일텐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인간 삶의 물리적인 수준의 금을 그어 놓고
그 금을 넘어가기 위한 조건으로써 경쟁구도의 장치가 되어 버렸다.
이 현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우리 세대에게, 우리 시대에,
영어는 진정 '애물단지' 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1년여의 여행 계획 중,
미국, 그것도 이 곳 동생이 있는 곳에서 신세지며
가장 오래 머무르는 이유가 있다
매제의 휴가와 맞춰 함께 미국내 이곳 저곳을 돌아 볼 계획도 있지만
우리들로서는 짧게나마 영어를 좀 배워볼까 하는 의도가 있어서 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누구에게도 이 의도를 말하지 않았다.
혹여 말했어도 그냥 가볍게 '그럴까 하는 생각도 있다' 정도의 표현만 했다.
학교에서 10여년을 영어공부해도 이 모냥이고,
요즘 친구들 1년씩 어학연수 갔다 와도 그저 그런거 보면서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2-3개월 다시 영어를 좀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나의 소심한 걱정의 발로였다.
학창시절 지지리도 안했던 공부를
지금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곳 훼잇빌 테크니컬 컬리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이라고 하는데
이민자, 혹은 미국인과 결혼한 비영어권 배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약간의 유럽인들이 있지만, 아시안과 히스패닉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취업과 미국생활의 정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린 이 과정에 등록을 위해
오늘 저녁과 내일 오전에 걸쳐 레벨 테스트를 받기로 되어 있다.
이눔의 애물단지, 여행까지 와서도...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좀 친해보자꾸나 이 애물단지 영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