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2_23 미국_시애틀 : 둘만의 캐나다 1박2일
어제도 어김없이 큰 환대를 받았다.
동화 아빠의 친구 부부가 너무나 친절하게 편안히 대해줬다.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다.
동화 아빠는 좋은 친구를 많이 뒀다.
우리는 어제 피곤함에 일찍 잠들었는데,
동화네 가족은 늦게까지 친구 부부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전반적인 미국생활을 비롯해 아이들 키우는 문제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신앙의 내공이 정말 크신 부부란다.
원래 친한 친분이 있는 관계면 어찌했던 그리 불편은 없다.
하지만 친분이 없는 관계라면 그렇지가 않다.
동화 아빠의 친구 집이라지만 우리하고는 초면이라 아무래도 신세지기에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집이 상대적으로 집도 괜찮고, 부자라고 생각들다 보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이 마을은 보기만 해도 흔히 말하는 부장 동네임을 알 수 있다.
어젯밤 이야기 중 우리얘기도 나왔었나보다.
아내가 음악을 했고 현재 성가대를 맡고 있으며 피아노를 좀 친다는 사실을 알고
아침 식사 후에 피아노 연주를 부탁받았다.
아내는 처음엔 좀 빼다가 연주를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본인도 흥이 났던지 주변에서 요청한 곡들을 모두 연주하면서
내심 만족해 하는 것 같다.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언젠가는 이런 좋은 집에서 연주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는데,
남자만 꼭 이런 부담을 떠안는다는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남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극히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바램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실현시켜주기엔 힘들지 않을까? ㅋㅋㅋ
오늘은 캐나다 밴쿠버를 향해 나선다.
몇 시간 후에 벌어질 상황을 아무도 모른채,
아쉬운 작별을 한다. 동생 부부는 하룻밤 사이에 친구 부부와 상당히 각별해진 것 같다.
워싱턴 주는 북서쪽으로 캐나다와 접해 있고,
시애틀은 그 워싱턴 주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오늘 출발점인 이 곳은 시애틀에서 북쪽 근교 마을이므로 금방 캐나다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국경까지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성미경 집사님과 그녀의 이쁘고 귀여운 세 딸을 만나고,
벤쿠버 시내를 두루 구경하고,
휘슬러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가능하면 밴프 국립공원과 레이크루이즈에도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우리는 캐나다에서 할 것들을 가슴 부풀게 계획하고 있었다.
동화아빠와 동화엄마가 필요한 준비물들을 얘기하다가
동화 엄마, 동생 성주가 영주권을 안 가지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른 이민국에서 일하는 그제 만난 친구에게 연락해 보니
영주권이 없으면 안된단다. 캐나다 가는 건 괜찮지만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게 어렵단다.
며칠 전 동화 여권을 안 가지고 와서 옆집 사람을 시켜
익스프레스 메일을 붙이는 한바탕 소동을 치뤘었는데... 이를 또 어쩌나...
동생은 캐나다를 미국의 한 주에서 다른 주에 들르듯이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한 나라의 국경을 넘는 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본인도 크게 자책하고, 우리에게 상당히 미안해 한다.
동화와 동화아빠는 시민권자라 큰 문제가 없는데, 본인은 아직 영주권자이기에 문제라며
형식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인도 아닌, 미국인도 아닌 사람의 비애라며 목청을 높인다.
(우리는 비자를 갖고 방문한 사람들이기에 단순히 여권과 비자만 있으면 된다.)
사실, 좀 아쉽긴 하겠지만 캐나다에 못 가면 또 어떤가?
그 대신 미국내 또 다른 곳을 들르면 된다고, 우리는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생마음이 그게 또 아닌 듯 싶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 부부만이라도 밴쿠버를 짧지만 하루 이틀 다녀 오고
동화네 식구는 오늘 작별하고 나온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어쩐지 작별이 너무 아쉽다 했다...
별안간에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 주요 도시를 누비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이다.
개그린 버스라고 해서, 누군가는 사전에도 없는 '개그린'을 한참 찾았다는 얘기도 있다.
개가 그려져 있다는 뜻이다. 한국말이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개가 한 마리가 크게 그려져 있어 쉽게 알 수 있다.
버스타고 오면서의 생각은 도착하면 어두워지니 가까운 숙소를 찾아 일단 머물고
내일 밴쿠버 시내를 한바퀴 돌고 다시 내려 갈 생각이었다.
3시간 걸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밴쿠버 시내에 도착했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준비 없는 상태로 우리 둘만 덩그러니 놓여 지니 좀 난감하다.
어쨌든 이 먼 곳까지 와서 원래 찾아보려 했던 사람들을 못 보고 간다는 게 아쉬웠는데
마침, 버스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행선지가 우리가 찾아가려 했던 곳과 같은 방향이어서
그들을 따라 그 곳에 가서 예정대로 찾아가서 만나기로 했다.
성미경 집사님과 세 딸을 만났다.
너무 너무 반가웠다. 성주가 못 온게 정말 아쉽지만, 어쩌랴...
우리 부부만이라도 온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저녁과 늦은 시간까지의 수다는 여러 해만의 반가운 만남을 실감시켜 준다.
우여곡절 많은 하루다.
계획이 대폭 바뀌었고,
우리와 동화네 가족이 다시 떨어지게 되었고
우린 하루 동안에 두 나라를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