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3_24 미국_훼잇빌 : Yes to the Troops, No to the Wars

에어모세 2009. 3. 26. 06:21

 

오늘 학교에서,

신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는 내용의 수업을 했다.

단답형의 대답은 대충 찾아서 했다.

good news 와 bad news 를 적는 게 있었는데

하도 사건 사고가 많은지라 bad news 를 찾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good news 를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퀘이커에 관련된 기사를 접했다.

이 지역의 퀘이커 본부에서 책을 발간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 동안의 그들의 활동이 소개되어 있었다.

상당히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

 

 

 

결국, 하교 후, 그 곳을 찾아 갔다.

그곳의 정식 명칭은 Quaker' House 이지만, 별칭으로 다음과 같이 불리기도 한다.

"Yes to the Troops, No to the Wars"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액자 속의 '和平' 이라는 글자가 인상적이다.

 

처음 인사하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이 퀘이커 하우스의 디렉터는 뚱뚱한 체격에 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바로 '함석헌' 이라는 이름을 말하며 더 각별한 반가움으로 맞아 주었다.

그는 함석헌 사상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지금 영국과 미국에서 함석헌 사상의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바로 함석헌의 수제자라고 나도 뿌듯해 하며 한 마디 거들었다.

 

이  곳 퀘이커 하우스는

40년 전에 설립되어 활동해 왔고,

베트남 전쟁 때부터 지난번 이라크 전쟁 당시 까지 반전 운동과 파병 반대 운동을 해왔다.

이 지역이 큰 군부대가 있어서 이 곳이 활동 기반이 되었던 것 같다.

현재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예전에는 CIA 나 군 정보과에서 자기들을 조사하고 검열하는 등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디렉터의 계속되는 안내는 친절하면서도 자부심이 베어 나왔다.

 

현재 기독교의 호전적인 성향에 대해서도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종교마저 미국식을 추종하는 한국의 기독교는 정말 통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퀘이커나 카톨릭과 논쟁은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평화지향적인 활동은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배워야 한다.

 

전쟁을 계속 해야만 유지되는 나라, 미국.

평소 무감각하게 일상을 지내지만, 그 다음 타깃이 한반도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디렉터가 동생에게 여기 사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다.

바로 이어서 남편이 군인이냐고 묻는다. 난감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하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라며 환히 웃는다.

 

아쉽게도 사진기를 안 가지고 왔다.

사진을 남기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랴마는... 그래도 솔직히 좀 아쉽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하니 언제든 오라고 했다.

일요일 오후 5시에 정기 모임이 있으니 참석해도 좋다고 했다.

 

진실로 신념을 가지고 운동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깊게 열린 마음의 내공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영어에 대한 후회가 막심하다.

조금만 영어가 됐어도 동생의 설명없이 직접 알아 듣고 묻고,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