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4_16 미국_애틀란타 : 역사적인 미국 남부의 수도

에어모세 2009. 4. 24. 12:18


새벽부터 분주하다.
먼저 기본적인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3일동안의 생활을 위한 간단한 여벌 옷과 먹을 음식을 챙긴다.
식빵과 땅콩버터크림, 컵라면과 햇반 4개씩, 오렌지와 바나나 그리고 물.
자동차 뒷좌석에 여러짐들을 무작위로 밀어 넣는다.
차가 있으니 배낭에 짐을 꾸려 여행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뉴욕 생활 이후 오랜만에 둘 만의 여행이다.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아직 컴컴하다.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한참을 달려야 한다.
1시간이 좀 지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접어 들고 점점 동이 터온다.
계속 달려 조지아주에 당도하니 아침 9시쯤 되었다.
Rest Area 에서 준비한 볶음밥으로 아침을 먹고
주유소에서 주유를 가득하니 내 마음까지 뿌듯하다.


너른 평원위에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를 6시간 달려
애틀란타에 진입하니 대도시의 면모가 그대로 나타난다.
네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길이 복잡하여 몇 번이나 길을 놓쳤다.
그래도 1차 목적지인 수족관 주차장까지 예상시간에 거의 맞춰 도착했다.

 


이 곳 조지아 아쿠아리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수족관이라고는 63빌딩 수족관 밖에 가보지 못해서 정확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일단 63빌딩 수족관 보다는 훠-월씬 크다.
그만큼 사람도 북적인다.

 

 

 

아내 왈, "저 물고기들 좀 봐!"
나 왈, "저거 회 떠서 먹으면 맛있겠다. 쩝..."


기기묘묘한 물고기들이 수없이 많건만,
광어나 우럭과 비슷한 생선에 유독 눈길이 간다.


이름도 모르는 그야말로 정말 다양한 어류들이
곳곳에서 놀고 있었다.
수족관의 배치도 옆, 위, 아래 이색적으로 배치해 놓았다.


바다에 사는 어류 뿐만 아니라 강에 사는 어류도 있고,
흔히 보기 힘든 종류도 있다.


수족관 가운데를 터널식으로 뚫어서 사람들이 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볼 수 있게도 해 놓았고

 


극장 스크린처럼 만들어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것을 감상하게도 해 놓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벨루가 고래이다.
내 기억이 맞는 지 모르겠는데
옛날 선원들이 이 고래를 사람으로 착각하여 인어의 전설이 생겼다고 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차게
한정된 공간이지만 유영하는 자태가 사뭇 다르다.
유독 이 벨루가 고래가 있는 곳에서만 흘러 나오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광활한 바다를 그리워 하는 답답한 몸부림이지 아닐까 생각하니
갑자기 벨루가 고래의 몸짓이 슬퍼 보인다.


두 시간이 좀 넘는 바다 여행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북적대는 사람들, 둘러 서 있는 고층 빌딩들
대도시에 와 있는 것이 실감난다.


주차 문제를 가장 걱정했는데, 주차를 하루 5불 정액으로 싸게 해놓았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이왕에 주차한 거, 좀 돌아봐야겠다.

 


코카콜라 월드 라고 하는 곳에 가 보았다.
시애틀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사, 스타벅스의 본거지라면,
애틀란타는 코카콜라와 CNN 그리고 델타 항공사의 본사가 있다.

 


Fortune 같은 경제 잡지에서 선정하는 브랜드 가치 1위를 수 년간 고수해온
코카콜라의 본거지가 바로 애틀란타이고 바로 여기는 코카콜라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그건 그렇지만 꼭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 맘은 없다.
그것도 15불씩이나 내고서 말이다.

 

발 길을 돌려 올림픽 100주년 기념공원에 갔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지 꼭 100년 째 되던 해에 치뤄졌다.
어느 나라 건 올림픽을 치루면 기념공원을 만드나 보다.
한국의 올림픽 공원과 비교하면 아주 작고 단순하다.
공원이 워낙 일반화 되어 있어서 이름만 붙였지 그다지 특별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었나 싶다.
오히려 공원을 둘러 싼 빌딩들의 모습이 신선하다.
단순 콘크리트 벽의 느낌도 아니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삭막한 도심의 분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다.

 

 


공원 끝에 이르니 건너편 빌딩군에 각 빌딩들마다 빨갛고 큰 글씨의 CNN 이 붙어 있다.
바로 CNN 본사다.
전쟁이 발발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말해놓고 보니 어감이 좀 씁쓸하다.)
장난스레 기자 흉내를 내본다. "이상, 애틀란타에서 KBC 특파원 장모세였습니다. 꾸벅~"

 

 


그렇게 해서 시내 전체는 아니지만 대충 한바퀴 돌아 왔다.
주차한 차를 꺼내어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내가 한국에서 다니는 교회에 지금은 은퇴하신 원로 목사님이 계신다.
그분의 말씀을 통해 그분의 삶을 통해 예수와 그의 복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분이다.


어릴때부터 그 분의 서재에 들어가면
벽에 걸려 있는 큼직막한 사진 두 개를 볼 수 있었다.

하나는 함석헌의 사진이고,
또 하나는 마틴 루터 킹의 사진이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익히 두 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사상과 삶이 나와는 전혀 무관했으므로 사실 전혀 두 분을 모르고 살아왔다.


나이 마흔 살이 되어 그 옛날 사진속의 두 분이 떠올려졌다.
함석헌을 떠올리며 그가 품은 씨알을 생각했고
마틴루터킹을 떠올리며 그가 품은 꿈을 생각했다.


지난번 한 달 전쯤이던가? 퀘이커 하우스를 방문하면서 함석헌을 생각했고,
바로 오늘 마틴 루터 킹과 그의 꿈을 만나고자 애틀란타에 온 것이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을 벗어나, 그리 멀지 않은
Martin Luther King Jr. Historic Site 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비지터센터로 가는 길목에 간디 동상이 인상적이다.

 

비지터 센터에서 여러 자료를 돌아봤다.
지난번 멤피스에서 킹 목사가 저격당한 곳을 개조한 인권운동 박물관을 둘러 보았었는데
마침 오늘 킹 목사의 저격부터 추도 집회 관련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밖의 여러 자료가 전시되고 있었고, 그 모두가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워싱턴 링컨 기념관에서 내셔널 몰에 모인 수백만의 군중들을 향해 사자후 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 난 꿈이 있습니다. ~ ~ ~

조지아 농장 들판에서,
백인 지주의 아들과 흑인 노예의 아들이 서로 뒤엉켜 노는 ~ ~ ~ "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대기와 미국 흑인 인권 운동사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이 곳을 찾아 둘러보며 느끼는 가슴 뭉클함은 남다르다.
그 역사적인 토대 위에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까지 오게 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기념관을 나와 킹 목사가 시무하던 에벤에셀 침례교회로 향했다.
멋있고 웅장하게 새로 지어졌지만 웬지 건너편에 원래의 교회가 더 정감이 간다.

 

 

 

킹 목사 부부의 무덤을 지나 또 다른 기념전시관을 들어 갔는데,
이 곳은 킹 목사 부부와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버스 보이콧을 촉발시켰던 로사 파크 관련 전시실이 있었는데
잊을 수 없는 뭉클함을 덤으로 안겨 주었다.

 

 

 

 

왔던 길을 돌아 다시 한번 둘러 보며 가는데
흑인 10대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왔는지 소란하다.
모처럼 학교를 떠나 자기들끼 제잘 거리면 신이 났다.
한국의 십대들과 다를 바 없다. 역시 생기 발랄함이 봄기운과 더불어 넘쳐난다.

그 생기발랄함의 비용이 얼마나 컸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을까?

 


미국 개척 시대의 흑인 노예 사냥에서부터
링컨의 노예해방까지 그리고
계속 이어진 차별, 앨라배마 몽고메리의 버스 승차 거부 사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평화 인권 운동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하지만 이 길고도 고된 역사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

백인 농장주의 아들과 흑인 소작농의 아들이 얼마든지 서로 뒤엉켜 어울려 놀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부모들은 특히 백인 부모들은 그러길 원치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