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4_17 미국_조지아 : Georgia On My Mind
애틀란타는 조지아주의 주도(州都)인 동시에
미국 남부의 정치적, 경제적 수도라고 일컬어진다.
미국 남부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는 영화가 픽션이긴 하지만 그러한 배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애틀란타가 완전히 불에 타버린 장면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그후 재건을 통해 오늘날의 애틀란타가 되었다고 한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가 20세기초 흑인음악이 장르화 된 재즈를 잉태한 곳이라면
애틀란타를 포함한 조지아주는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현대의 흑인음악이 꽃 피운 곳이다.
가스펠, 소울, 블루스, 펑키, 록큰롤 등등 장르도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뮤지션 레이 찰스와 제임스 브라운을 포함해
수많은 가수와 연주자가 이 곳 조지아 출신이고, 이 곳에서 활동했다.
이들의 음악적 기운을 한 곳에 모아 둔 곳이 있으니
바로 'Georgia Music Hall of Fame' 이다.
'조지아주 음악의 명예의 전당' 쯤 되려나...
어제 오후 늦게,
애틀란타에서의 깊은 여운을 간직한 채,
조지아주 음악 명예의 전당이 있는 메이컨이라는 도시로 이동했다.
대도시답게 퇴근 시간 시외곽으로의 교통체증이 엄청나다.
1시간을 예상했는데 거의 2시간 걸려 도착했다.
메이컨은 미국 최대의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고도 하는데
때가 한참 지난지라 어떤 나무가 벚꽃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미국에서 벚꽃 축제로 유명한 곳이 한 곳 더 있으니
바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라고 한다.
작년 겨울에 잠깐 들른 적이 있는데, 한 겨울이라 벚꽃은 전혀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사람이 너무 많고 차가 밀리는 곳은 웬만하면 가지 않는 성향탓에
나와 벚꽃 축제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하다.
미리 예약한 메이컨 외곽의 한 INN 에서 잠도 잘 자고, 아침도 잘 먹었다.
차를 몰아 조지아 음악 명예의 전당을 찾았다.
들어가 보니 예상외로 한적하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환대를 하며,
흑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붙들고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처음엔 그냥 알아듣는 척만 했는데,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 오티스 레딩, 어셔......
아는 이름들이 계속 나오자 신기하게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말이라는 것이 단순히 언어의 전달 뿐만 아니라 감정의 전달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 찰스는 워낙 잘 알려져 있다.
영화화까지 되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아쉽게도 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2년 전 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제임스 브라운 내한공연을 봤었다.
노쇠한 몸으로 "So Good! So Good!" 을 외치며 무대를 누비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작년에, 그가 작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2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 그의 공연을 본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마할리아 잭슨의 동영상도 보았다.
목소리로만 들어왔는데 외모를 보니 푸근하기 그지없는 아줌마의 모습이다.
마틴루터킹의 연설로 유명한 워싱턴 몰에서의 수백만의 행진 때,
그 수백만이 동시에 따라 불렀던 We Shall Over Come 을 선창했던 바로 그 목소리다.
예전에 한 번은 마할리아 잭슨이 부른 The Lord's Prayer 를 눈물을 훔치며 밤을 새서 들은 적도 있다.
그 외에 여러 음악인들의 자취와 숨결을 둘러 본다.
한 가지 새롭게 안 사실은
조지아 음악, 혹은 조지아 출신의 뮤지션들이 흑인 음악을 뿌리로 하고는 있지만
그걸 고집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컨츄리 장르를 비롯한 백인 음악의 전통도 폭넓게 받아들이고 함께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곳에 헌정된 뮤지션이 흑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까지는 아직 덜 알려지긴 했지만 이 곳에서는 꽤나 인정받고 유명한
백인 뮤지션이 아주 많다.
게다가 이들 모두 조지아를 너무나 사랑한 것 같다.
인종차별의 지난한 역사를 안고 있었음에도 흑인이던 백인이던
그들의 고향 조지아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
이 곳에 헌정된 이들의 Georgia on My Mind 를 부르는 모습들을 짧게 편집하여 모아 놓은 영상이
그걸 잘 말해주고 있었다.
2-3시간 정도의 조지아 해변 마을 서배너(Savannah)로 향한다.
차 창문을 활짝 열었다. 조지아의 하늘이 너무 맑고 화창하다.
자동으로 노래가 나온다. "Georgia on My Mind ~ ~ ~ " 항상 첫소절만 반복된다. ㅋㅋ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과 더불어 미국 초기의 분위기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는 서배너.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당도하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오늘의 숙소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예약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해가 지기전에 그곳에 갔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여행안내소에 도착해 기웃거려보니
각종 투어가 다양하다.
이거다 싶어 바로 돈을 지급하고 푸근해 보이는 아줌마가 운전하는 트롤리 버스에 올랐다.
시간도 절약하고, 걷는 것 보다는 편한히 구경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내와 느긋하게 한 자리 차지하자 트롤리는 곧 출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곧 후회가 밀려 온다.
구경 좀 할만하면 차는 곧 지나쳐 가버리고,
사진 좀 찍을라 치면 원하는 구도도 안잡히고 차의 덜컹거림이 심하다.
게다가 운전기사 아줌마의 쉴새 없는 설명도 당연히 못 알아들으니...
투어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 왔다.
나름 개성있고 이쁜 도시인데, 이렇게 떠나려니 아쉽기 그지없다.
이 곳과 쌍둥이 도시로 알려진 찰스턴에서 이 아쉬움을 만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