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4_18 미국_사우스캐롤라이나 : 유로 아메리칸의 요람

에어모세 2009. 5. 3. 13:43

 

찰스턴 시내에서 좀 벗어나 있는 공항 근처의 예약한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어제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시내로 향한다.

 

제일 먼저 여행안내소를 찾아 갔다.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나와보니 아내가 누구와 얘기중이다.
아내의 영어실력이 나보다 낫구나 생각하며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니
서로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ㅋㅋㅋ
한 백인 할아버지가 군인 시절 한국에 여러번 가봤다며 반가운 마음에 아내에게 말을 건 모양이다.


시내 관광 지도를 챙겼다.
주차도 그냥 이곳에 하는게 낫겠다 싶어
모처럼 아내와 둘이 무작정 시내를 걸어다니기 위해 물 한 병과 사진기를 챙겨서 바로 출발했다.

 


역시 소문대로 도시의 풍모가 여느 미국의 도시와는 다르다.

 


어제의 서배너와 이 곳은 영국인들이 17-8세기에 처음 정착한 곳이라고 한다.
유럽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인들이 처음 정착한 동부 해안 도시 중의 하나이다.
동부해안의 북쪽으로 보스턴과 뉴욕이 있다면,
남쪽으로 찰스턴과 서배너가 그 대표 도시라 할 수 있다.


뉴욕과 보스턴이 미국 개척의 전초기지로서 계속 번성하여 현재 미국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찰스턴은 초기의 모습을 간직한 과거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 전체가 유럽의 풍모가 그대로 느껴진다.
관광객을 끌기 위한 하나의 일환으로 정책적으로도 이 분위기를 보존하는 듯 하다.
일면, 미국 백인들이 자기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내 구경도 유럽의 마을에서처럼 걸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한바퀴 돌아본다.
주말을 맞아 왁자지껄 벼룩시장이 서고
공원에는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볕을 쬐며 쉬거나 놀고 있다.
사적지로 지정된 저택과 교회들이 곳곳에 있고
길가의 상점들과 일반 주택들도 일반적으로 미국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다르다.

 

 

 

 

마을 끝에 다다르니 탁 트인 바다다.
대서양을 건너와 접근하기 좋은 입지가 찰스턴을 있게 한 것 같다.
바닷가 주변의 집들이 더욱 화려하게 늘어 서 있고,
그 길을 따라 관광객과 주민들이 뒤섞여 가고 있다.

 


다시 다른 경로를 따라 출발한 곳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가니 노예시장 이었던 곳을 박물관으로 꾸며 놓은 곳이 있다.
직접 들어가 보진 않았다.

 


유럽스타일의 아름다운 마을과 노예시장.
뜨악한 이 둘의 존재가 한데 섞여 있다라는 것이 일견 놀랍고 아이러니 하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유럽 백인들 즉 유로 아메리칸에 의해 세워진 미국은
지금은 아프로 아메리칸으로 동화되어 버린 흑인 노예들의 피와 땀의 토대위에 있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내딛어 생각해보면
현재의 미국은 수많은 제3세계의 피와 땀을 먹고 버티고 있는 지도 모른다.

 

( 유로 아메리칸이라는 말이 기존에 쓰이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지어 봤다.

  백인들이 누군가를 아프로-아메리칸,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라고 부른다면

  그들도 유로-아메리칸이라고 불리어져야 하지 않을까... )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세 시간을 족히 걸었고, 시간도 점심때를 넘기니 배가 고프다.
식당을 찾았다. 이왕이면 소문난 집으로 가기로 했다.

 

100 여년 전 한 백인 가문에 요리 솜씨가 아주 뛰어난 Jestine 이라는 흑인 가정부가 있었는데,
그 가문의 후손들이 그녀의 솜씨를 살려 만든 식당이다.
그 가정부는 백 해를 좀 넘게 살다가 몇 해전에 돌아가셨단다.

 


훈훈한 사연을 가진 식당으로 소개되고 아주 유명한 곳이 되었지만
역시 한 개인차원에서 또한 백인은 흑인의 땀으로 먹고 산 셈이다.

 

처음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주차비가 30분에 1불이어서 싸다고 생각했는데
4시간을 주차하니 8불이다.

 

머를비치(Myrtle Beach)로 향한다.


머를비치는 전형적인 미국의 휴양도시란다.
주변으로는 별장과 골프장이 둘러싸고 있고
머를비치 해변가를 따라서 호텔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이 곳은 벌써 여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좀 과감한^^ 젊은이들 또한 많다.
마치 한국의 유명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다.


중심가에는 주차할 엄두를 못내어
조금 벗어난 지역에 주차를 하고 바다를 보러 갔다.

 


대서양이다.
바다는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어 커지게 하는 것 같다.
사소한 것들은 다 잊혀지고 갑자기 내가 착해진 느낌이다.
바다만이 아니라 산에서도 같은 느낌을 느끼는 걸 보면
대자연은 초라한 인간의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다.


2박3일을 꽉 채운 이번 여행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안전한 여행 마무리를 위해 그리고 바다를 보았으니 좀 뜬금없지만 엄마에게 전화라도 해보게

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