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4_29 미국_뉴올리언즈 : 콩고광장에서 버번스트리트까지

에어모세 2009. 5. 13. 03:21

 

오늘은 본격적인 뉴올리언즈 탐색을 위해
둘이 one Day Pass 를 샀다.
오늘 하루는 맘껏 시내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맘이 든든하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루이암스트롱 공원이다.
이 곳이 우범지역이라는 정보를 듣고서 가능한 오전 시간에 들르는 게 낫겠다 싶어서이다.
하지만 깔끔하고 조용하고 너무 멋있게 꾸며 놓았다.
어딜 봐서 우범지역으로 소문 났는 지 전혀 모르겠다.
카트리나 피해 이후, 치안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니 그런 것 같다.

 


재즈나 소울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루이 암스트롱 동상과 마할리아 잭슨 극장 앞에서
무슨 성지라도 온 듯 가슴이 마구마구 뛴다.
공원 한 쪽 벤치에 앉아 루이 암스트롱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마할리아 잭슨 극장 계단에서는 하염없이 공원을 둘러보며 오르락내리락 한다.

 


 

공원 왼편의 터는 콩고 광장이라고 하는데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조상들의 음악을 할 수 있게 허가받은 유일한 장소였다고 한다.
즉, 다시 말하면, 바로,
이 곳은 모든 장르를 포괄하여 현재 미국 흑인 음악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어찌 이 곳에서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일일 승차권은 시내 노선 버스와 스트리트카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데
스트리트카는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와 유럽의 트램과 비슷하다.
기차처럼 도로위 철로를 다니는데 도로위에서 자동차와 엉켜 가는 걸 보면 신기하다.
우리나라도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이와 비슷한 전차가 종로를 누볐다고 얘기들었다.

 


뉴올리언즈 관광의 또 하나의 재미인 이 스트리트카를 타고
다운타운과 프렌치쿼터를 가로 지르는 Canal 스트리트를 누빈다.
그리고 이번엔 업타운을 가로 지르는 St. Charles 스트리트를 누빈다.
삐그덕 거리며 천천히 움직이는 스트리트카 위에서,
길 양쪽으로 줄 지어 있는 유서깊은 저택들을 보니
1-2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색다른 재미가 있다.

 

 

로욜라 대학과 오더번 공원이 마주보고 있는 곳에서 내려
대학 주변과 공원 주변을 또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다운타운 방향으로 스트리트카를 탔다.

 

 

오후 늦게 다시 프렌치쿼터로 들어 왔다.
먼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 드 몽드에서 카페오레와 베녜를 먹었다.
이 곳은 어떠한 관광 정보紙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뉴올리언즈의 명물이다.

 


마침 카페 드 몽드 야외 테이블 주변에서 무명 밴드의 연주가 관심을 끈다.
클럽이던 길 위에서던 프렌치쿼터 곳곳에서 연주가 펼쳐지는데
지금 이 밴드의 실력과 내공도 장난이 아니다.
일렉기타의 즉흥 애드립, 콘트라베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첼로,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린 레게머리 연주자의 장난 아니게 펑크 필로 충만한 통기타,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아시아인 바이올린 연주자.
(내심 한국인이길 바랬는데, 나중에 말 걸어보니 대만 친구였다.)

 

 

사실 프렌치쿼터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주는
아무나의 연주가 아니다. 당장 어느 무대위에 올려놔도 손색없는 실력들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뉴올리언즈를 뉴올리언즈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자원이다.

 


해가 기울어 가자 버번 스트리트로 향했다.
차량은 통제되고 점점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든다.

 

 


바와 클럽에서는 연주가 시작되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이건 길 위에 있는 사람이건 한 손에는 맥주가 들려 있다.


여기서 잠깐, 재밌는 사실 하나,
뉴올리언즈는 실외에서 술을 마시는 건 위법이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그걸 규제하는 건 쉽지 않을 터,
따라서 모든 술은 그 술병을 가리고 마시거나, 컵에 따라서 마시면 된다.
길거리의 많은 이들이 한 손에 맥주가 든 컵을 들거나 봉투에 쌓인 맥주를 들고 있다.
이것도 하나의 재미로, 모든 술집들이 사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투고(To Go, 우리나라에선 Take Out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를 해주고, 투고 전문점도 있다.

 
여기선 500cc 정도가 4-5불 정도 되는데
일반 가게에서 맥주캔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맥주를 사면 반드시 종이 봉투를 주는데 그걸로 감싸서 마시면 된다.
특히 canal 스트리트에서 royal 스트리트 접어드는 곳의 가게에서
2불 내외의 제일 저렴하고 항시 얼음에 담가둔 시원한 맥주를 살 수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러 잔을 마실 경우 상당히 중요한 Tip 이다.

 

 

버번스트리트를 배회하던 아내와 나는 이 분위기에 흠뻑 젖기로 했다.
나는 맥주를 마시기도 전에 이 분위기에 벌써 취해 버렸다.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클럽에 들러 다양한 밴드의 음악을 듣는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음악에 몸을 맡긴다.
그렇다고 춤을 춘 것은 아니고 ㅋㅋㅋ, 느낌은 그렇다는 것...
하지만 여기 저기 다른 이들의 이목을 아랑곳 하지 않는 춤판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민망한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는 캬바레에서는
거의 다 벗은 여자가 문 앞에서 야릇한 미소로 뭇 남성을 유혹하기도 하고

 


록밴드의 음악이 연주되는 클럽에서는 벽면에 진열된 맥주와
마침 모니터에서의 NBA 플레이오프 중계가 밴드의 연주와 엉켜
정신없는 듯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의 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빈자리가 없어 들어 가지 못한 블루스클럽에서는

창밖에서 훔쳐 보는데도 불구하고 블루스의 그 끈적함이 창밖으로 흘러 내 몸까지 묻어나는 것 같다.

 


유서깊은 바 에서는 그 역사와 전통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기분을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젊은 친구들과
백발이 성성한 노인 양반들까지
나이, 인종, 모든 걸 떠난 그야말로 온갖 사람들이
그들의 흥을 맘껏 발산하고 그것이 에너지가 되는 거리다.
흥청망청 하는 것 같아도,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프렌치쿼터가 뉴올리언즈의 심장이라면
여기 버번스트리트가 그 심장의 박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벌써 밤도 제법 깊어 10시가 다 되어 갔다.
아내가 이제 숙소로 돌아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숙소로 돌아 가고자 로열 스트리트에서 커널스트리트를 돌아 버번스트리트를 접어드는 순간

 

아니!!!....

비교적 어린 친구들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를 만났다.

 

구경하는 모든 이들이 들썩인다.

아니 버번 스트리트 전체가 들썩거린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오호.. 세상에나...

 

  

이것이 바로 뉴올리언즈의 진수다.
이것이 바로 내가 뉴올리언즈에 오려 했던 이유다...

 

 

오늘 우리의 일정은 콩고광장에서 시작해 버번스트리트에서 마무리되었는데,

200 여년 전, 콩고 광장에서 발원한 노예의 음악은 전 세계로 흘러 넘쳤고 지금은 버번 스트리트의 모든 이들을 흠뻑 적시고 있다.

 

 

이제껏 마신 술의 취기가 지금 올라 온다.
나도 취하고, 버번 스트리트도 취해가고, 뉴올리언즈도 취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