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5_15 미국_훼잇빌 : 책걸이
어제로 ESL 봄학기가 끝났다.
그래서 어제는 모두가 원하여 작은 파티를 했다.
같은 학교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나처럼 한가한 이들은 없다.
다들 직장이던 파트 타임이던 일을 하거나
주부 또한 가사, 육아 등으로 바쁜 이들이라
함께 생활하면서도 많은 얘기는 못 놔눴는데
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고, 그동안 못했던 개인적인 얘기들도 나누고,
다들 바쁘고 사연들이 많은 지라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음 여름학기에 못 볼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조촐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옛날 서당에서
책을 한 권 마치면, 책걸이라고 해서
작은 잔치를 벌였다는 걸 알고 있다.
여기가 미국이긴 하지만,
여러 다양한 나라 친구들이 모인 학교이니
많은 나라들이 이와 같은 유사한 풍습이 있는 것 같다.
전통과 풍습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빌미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심리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본능과도 같은 것일 게다.
지난 주, 주초부터 파티 얘기가 나와서
각자 무엇을 가져올 지를 정한 터였다.
나는 내가 준비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아내를 번거롭게 만들기도 뭐해서
그냥 과일을 가져오겠다고 했는데
쌀로 만든 음식같은, 자기네들에게 있어서는 특색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흔쾌히 김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어제 아침, 아내는 나보다 더 먼저 새벽에 일어나서
그 전날 준비한 재료로 김밥을 정성스레 만들어 주었다.
역시나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다들 맛있는 음식을 가져왔지만
그들에게는 김밥이 가장 특색있고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그런데 먹으면서 한번씩 꼭 물어본다.
이거 일본 음식 아니냐고...
그냥 차분히 어느 나라에서 먼저 만들어 먹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두 나라에서 모두 잘 먹는 것 같다 라고 말해줬다.
가끔, 어떤 이들을 보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당하는 걸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볼 때가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한다.
그걸로 그치면 다행인데, 자칫 다른 나라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면
그와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배경이 되는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피가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따라서 우리의 역사와 이웃에 대한 애정이 다른 나라의 그것과 구별되어 각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게 크게 자랑스럽거나 우월감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마음도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동경하거나 비하할 마음 또한 전혀 없다.
온 인류에 대한 박애정신 까지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모든 사람이 인간 본연의 자연인으로 서로 만나고 살아 가는 공상을 하곤 한다.
김밥 하나에 또 멀리 나갔다. ㅋㅋㅋ
시간 참 빠르다.
영어 좀 배워보겠다고 중간에 합류한 봄 학기가 벌써 끝났다.
얼마나 영어가 늘었는 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눈치가 조금 늘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