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5_16 미국_훼잇빌 : 반 친구들

에어모세 2009. 5. 23. 10:12

 

그제 봄학기 마지막 수업날 찍은 사진을 몇몇 친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매일 보던 얼굴이지만,
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이었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더 이상 못본다 생각하니
왠지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정이 많이 들은 것 같다.

 

 

맨 왼쪽부터

이란에서 온 의사아저씨, 자바드

멕시코에서 온 이쁜 아줌마, 메리벨

우리 담임 선생님, 미스 존스

소말리아에서 온 착한 소년, 함세

그리고, 나

얼마전에 온 멕시코 아줌마, 파트리샤

끝으로 엘살바드로에서 온 친절한 아줌마 리타 이다.

  

 

우리 선생님, 미스 존스

며칠 전, 레게 스타일을 하고 왔는데,

시무룩하게 있다가. 누가 잘 어울린다고 하니까 금방 활짝 웃는 전형적인 흑인 아가씨다.

나 혼자 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ㅋㅋㅋ

나는 말도 잘 못하고, 듣기도 잘 못하는데,

참을성 있게 들어 주고, 친절하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얘기해 준다.

작문 시간에는 특별히 잘한다고 칭찬도 해준다.

나야말로 칭찬에 으쓱해 하는 전형적인 학생이다.

 

이제는 선생님과 대화를 잘 나눈다. 말도 그럭저럭, 듣기도 대충... (사실은 서로 눈치가 통한 거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과의 영어는 왜 이래 안되는 걸까? ㅋㅋㅋ

 

자바드는 이란에서 외과의사였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니 종종 어려움에 부딪치곤 하지만

그 나이에 영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미국의 패권주의와 이슬람의 남녀 불평등을 동시에 비판하는 무신론자이지만

어떤 독실한 종교인 보다도 친절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다.

 

메리벨은 사진으로 봐도 이쁘지만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

그녀를 처음 본 수업 첫날, 난 왠 영화배우가 들어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보다 더 놀랬던 날은

그녀가 열 세 살 짜리 아들을 둔 서른 한 살 아줌마라는 사실을 안 날이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리타 또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나보다도 어린 서른 다섯 살 아줌마다.

대부분의 히스패닉들이 무지하게 나대는데 비해,

이 친구는 드물게 차분하고 착하다.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고 언뜻 지나가 듯 말했는데

그 이후로 나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소말리아에서 온 '함세'는

며칠 전 스물 한 살이 된 88년생 젊은 친구이다.

소말리아가 해적이 양산되고 아프리카에 있으므로 후진국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처음엔,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소말리아 지배층의 자녀가 미국와서 철없이 지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내 보니, 가정 교육 잘 받은 반듯한 청년인데다

의사가 되서 고향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는 꿈도 분명하다.

게다가 어려서 그런지 영어도 잘한다.

 

파트리샤 아줌마는 함께 공부한 지 얼마 안되어

잘 모르겠지만, 잠깐 얘기 나눠 보니

혼자 열심히 일하며 사시는 것 같다.

 

그밖에도 여러 명이 더 있는데

다들 일하느라 바쁘다.

이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이 그나마 꾸준히 수업에 참석하는 이들이고

나머지는 자주 빠진다.

 

초기에는 이해를 못했다.

지들이 원해서 영어 배우겠다고 했으면 학교 수업에 충실히 해야지 왜들 그럴까 생각했다.

하지만 좀 지내 보니,

나처럼 여행와서 여유있게 지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지녔던지 안 지녔던지, 열심히 살 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가끔이나마 학교에 나오는 게 대단한 것이었다.

 

근래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킴이라는 중국 청년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가 한국말도 잘 한다기에 말을 걸어 보니

흔히 말하는 조선족, 중국동포였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 그 친구를 좀 아래로 내려다 봤다.

그도 다른친구에게와는 달리 나를 대할 때 약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친구를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높이 산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정말 열심히 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는 지 모르겠지만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당당하게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참 대단하다.

 

다시 만나는 게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학교생활일 뿐더러 잊지 못할 친구들이다.

모두가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을, 아니 드림 인 아메리카를 잘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