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6_27 볼리비아_코파카바나 : 태양의 섬 종주
거대한 티티카카호수에는 태양의 섬(Isla del sol)이 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잉카의 초대 왕이 하늘로 부터 내려와 이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에 정착했다 한다.
따라서 이 곳은 잉카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전설뿐 아니라 잉카 초기의 유적 또한 남아 있고 섬 그 자체는 물론이고 섬과 어우러진 호수가 아름답다 하여
오늘은 태양의 섬에 가보기로 했다.
코파카바나에서 아침 8시 반에 태양의 섬 행 배를 탔다.
배 지붕위의 자리는 서양친구들이 점령(?) 해서 우리는 배 안쪽에 자리잡았다.
두시간 가량 걸려 티티카카 호수를 가로 질러 가는데, 그 풍경이 가히 신비롭고 아름답다.
수평선이 보일만큼 바다처럼 넓지만 파도는 잔잔하여 미끄러지 듯 배는 나아가고
왼편으로 다가 온 태양의 섬은 잉카의 고향이라는 것을 염두해 둔 탓인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하고
만년설을 덮어 쓴 안데스의 고봉들이 먼발치에서 둘러 싸고 있다.
섬 북쪽 끝부분에 우리를 내려 놓고 배는 돌아갔다.
섬 남쪽 끝부분 유마니(Yumani) 라는 동네에서 오후 3시 반에 코파카바나로 돌아가는 배를 타야 한다.
즉, 그 사이 우리는 잉카 유적을 둘러 보고, 그 시간까지 섬을 종주하여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배에 내려 어디로 가야하나 두리번 거리는데
마을 촌장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와 안내한다. 물론 못 알아듣지만 눈치로 따라 다닌다.
언덕 넘어 계속 올라 가며 계속 뒤돌아 보는 섬과 호수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지나 가며 만나는 섬 사람들은 순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몇 몇 어린아이들은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한다.
하늘과 호수를 놀이터 삼아 뛰노는 순진무구한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
구걸하는 손이란... 참 뜨악하면서 서글프다.
유적지에 도착했는데 벌써 힘이 든다.
그래도 돌아가는 배를 타려면 가야 한다.
섬을 종주하는 길은 섬의 능선을 따라 나있다.
잉카시대부터 닦아 놓은 탓인지 의외로 길은 잘 다져져 있다.
무엇보다도 능선위에서 양쪽으로 펼쳐진 호수와 그 너머의 안데스의 설산이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길은 계속된다.
그늘도 없고, 샘도 없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반복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배를 타고 오며 본 섬은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두 다리로 걸어 가니 상당히 큰 섬이다.
시간 안에 가야 하니
지친 아내를 다그쳐 보지만
사실 나도 힘든데 마냥 다그칠 수 만은 없었다.
페루에서도 그랬지만,
잉카인들은 왜 이리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걸까... ㅋㅋㅋ
유마니 마을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배를 타는 선착장까지 또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야마와 나귀떼와 엉켜 먼지나는 길을 한참을 내려가니 4시다.
배를 놓쳤을까 싶어, 혹시나 우릴 두고 배가 떠났을까 싶어
정박해 있는 배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며 다니다 결국 우리가 탈 배를 찾았다.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태양은 호수위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노곤해 지며 무슨 꿈에 취하 듯 졸린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호수가 꿈인지 현실인지,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는다.
그렇게 다시 코바카바나에 도착했다.
은빛에 물들은 호수는 해가 호수 아래로 기울자 이번엔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가볍게 호수와 섬 구경을 여유로이 하고 온다 생각했는데, 정말 힘든 고행이 되었다.
잠은 잘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