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6_28 볼리비아_라파스 : 0.5 달러 짜리 놀이 공원

에어모세 2009. 7. 3. 07:55

 

어제의 힘든 고행(?)때문인지 냄새나는 허름한 숙소임에도 실컷 잘 잤다.

오늘은 라파스로 다시 돌아가 라파스를 둘러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할 준비를 할 예정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 근처 식당에서 10볼리비아노(1,500원) 짜리 아침을 먹고

라파스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 요금이 올 땐 20볼리비아노(3천원) 였는데, 갈때는 15볼리비아노 달란다.

볼리비아나 페루에서 가격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우리로서는 뭐든지 일단 깎고 볼 수 밖에...^^

 

손님이 채워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출발한 버스는

대성당을 돌아 코파카바나를 빠져 나갔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코파카바나를 발견하자 마자 자신의 땅임을 점 찍기 위해서

제일 먼저 이 성당을 지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왠지 지중해 풍이 연상된다.

마을 규모에 비해서 성당의 규모가 대단히 크고 웅장하다.

 

 

 

라파스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버스터미널로 갔다.

우리는 다음 이동할 곳으로 코차밤바를 정하고 내일 밤 야간버스를 예매했다.

그리고 처음 묵었던 숙소 로키 호스텔로 왔다.

가격이 좀 부담스럽지만 무선인터넷과 위치등의 장점 때문에 딱 하루만 더 머무르기로 했다.

 

 

짐을 풀고 오늘은 라파스를 돌아보고자 나간다.

라파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라이카코타 언덕으로 간다.

 

물어 물어 찾아가는 길에 왠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라이카코타 언덕에 올라가는 것 같지는 않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가는데

하도 궁금해서 물어보니 축구경기를 보러 간다는 것이다.

볼리비아가 축구를 잘 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여기도 남미인지라 그 열기만은 못지 않은 것 같다.

 

 

라이카코타 언덕에 다다르니

벌써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일요일, 가족 단위의 소풍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1인당 3.5볼리비아노 즉 50센트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라파스 시내의 놀이 공원으로서 라파스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러 모이는 곳이지만

우리나라의 동네 놀이터 수준이다.

롤러코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흔한 회전목마 하나 없고

그저 미끄럼틀, 시소, 그네 그리고 모래 사장 뿐이다.

 

 

 

처음엔 참 시시하다 생각했는데 온 가족이 도시락과 간식을 싸와서 즐기는 모습이 정겹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파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멋지다.

그 중 가장 으뜸은 라파스를 굽어 보고 있는 만년설을 덮어 쓰고 있는 안데스의 고봉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수도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이 정도의 놀이 공원에서도 천진한 모습으로 신나게 노는 볼리비아 어린이들을 보며 생각해 본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최고의 놀이시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이들보다 훨씬 행복할까?

첨단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더 청결하고 발달된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학교, 학원,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런 환경을 전혀 모르는 볼리비아의 아이들보다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서 이 땅의 아이들을 불쌍하다고 감히 동정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볼리비아 아이들이 가난에 찌들어 있고

어른들의 정치적인 모순의 폐해를 고스란이 안고 있지만

오늘 라이카코타 공원에서 본 아이들은 흙바닥에서 뒹굴어도 해맑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푸른 하늘과 안데스 그 대자연의 품 속에서 자랄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 부럽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 천진함과 순수함이 바른 토양에서 성장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왔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미의 형식적인 정치적인 안정을 넘어서

모든 인민이 고루 잘 사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길 바란다.

라파스(La Paz, Peace, 평화) 라는 말의 의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