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7_07 볼리비아_산타크루스 : 시어머니 말 한마디에
산타크루스에 다시 돌아와
어제 오늘 바예그란데에서의 먼지를 털어 낸다.
우선 몸도 씻고 옷도 갈아 입고 배낭을 털어 보지만
허옇게 굳어 버린 묵은 먼지는 남아 있다. 할 수 없다. 함께 다니는 수 밖에...
장기 여행자에게 적당한 지저분함들은 동반자일 수 밖에 없다.
숙소에서 쿠스코에서 만났던 호주에서 온 해일리 라는 친구를 다시 만났다.
쿠스코에서 그리 친하게 지냈던 사이는 아닌데도
다른 곳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서로 한참을 그동안 서로의 여행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했다.
아직 한 달 밖에 되진 않았지만 여행 중 만난 친구들을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시내를 좀 돌아 다니다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식당이 있어 거기서 시간을 보냈다.
음식값이 제법 비싸 음료나 간단하게 마시고 인터넷을 하는 게 주 목적이었으나
아내가 오늘은 제대로 먹어보자고 한다.
내가 떫더름한 표정을 지으니 아내 왈,
시어머니가 먹는건 제대로 먹고 다니라고 했다고 나에게 호통(?)을 친다.
내가 뭐라 하리요...
이것 저것 여러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간만에 다양하게 많이 먹었다.
그래 봐야 우리돈으로 만 원을 넘지 않는다.
가끔, 한국에 양가 부모님과 통화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서 네이버 폰이나 엠에스엔 메신저를 이용하여 안부를 주고 받곤 한다.
그때 마다 부모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건 잘 먹고 다니라고 꼭 말씀하신다.
다른 불편함이야 지들 좋아서 갔으니 지들 알아서 할 일이지만
먹는 거 만큼은 제대로 먹고 건강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잘 나타난다.
어쨌든 아내 덕에 잘 먹었다.
마침 텔리비젼에 마이클 잭슨 장례식이 생중계 되고 있다.
별 관심은 없지만 이 곳 안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이클 잭슨의 전세계적인 파급 효과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한 개인으로서의 차원이 아니라
미국 상업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영향력에 놀란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버스터미널로 간다.
16시간 야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이제는 무덤덤하다.
제법 적응도 되고 여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짐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