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7_13 볼리비아_알티플라노 : 자연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오늘처럼 아침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 날이 또 있었을까?
엄청난 추위와 불편함에, 내가 잠을 잔 건지 꿈을 꾼 건지 날을 샌 건지 도저히 구분히 안가는 길고 긴 밤이었다.
그래도 아침은 어김없이 밝았고
다시 알티플라노의 세째날이 시작되었다.
간밤에 눈구름이 눈발을 뿌리고 갔는 지,
저 고봉이 눈에 덮였고 평원 여기 저기도 드문 드문 눈이 쌓여 있다.
안데스에서 가장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도착했다.
해발 4500 미터가 훨씬 넘는,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로 불리는 이 지역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엄청난 압력으로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유황가스가 분출하고
웅덩이 마다 용암이 부글 부글 끓는다.
이 일대가 뿜어내는 연기가 아침 햇살과 엉켜 묘하고도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다시 언덕배기를 올라
구불 구불 오르막을 계속 오르는데 구릉위에 오르자
아저씨가 운전하다 말고 손으로 고도계를 가리킨다.
해발 1000 미터를 나타내고 있다. 가만히 보니
4000 미터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한바퀴 돌아 1000 미터를 가리키니 해발 5000 미터에 다다른 것이다.
내 생에 가장 높은 곳에 발 딛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노천 온천이다.
이 추운 고원에 온천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온도도 너무 뜨겁지 않고, 적당하고
크진 않지만 물이 계속 흘러 넘쳐 너무 깨끗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경까지 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짧은 시간만 주어져, 그동안 옷 갈아 입고 뭐하고 하기 번거롭기도 하고
국경을 넘는데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아쉽게도 세수만 했다.
대충 설명을 들으니
국경에 가까이 온 듯 하다.
저 너머 서남쪽이 칠레, 동남쪽이 아르헨티나 란다.
갑자기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라구나 베르데 이다. 글자 그대로 푸른 호수이다.
볼리비아의 알티플라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비경이다.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칠레로 넘어가려는 이들이 먼저 도착해 있다.
아무 것도 없이 바리케이트 하나에 출국사무소만 덩그러니 있는데
강한 바람까지 불어 닥치니 더욱 황량한 국경의 분위기다.
우리의 투어 차는 우리를 내려 놓고 바로 돌아갔고
황량한 국경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두시간 여 기다리니
칠레에서 버스가 데리러 왔다.
버스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깔끔한 새 차이다.
몇 가지 절차를 거치고 출발했는데
도로 또한 완전 다르다.
야생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접어든 듯 한 착각이 든다.
칠레 산페드로아타카마에 도착했다.
환전을 하고, 숙소를 알아보는데
이거 큰일났다.
물가가 장난 아니다.
페루 볼리비아를 거쳐 온 우리에겐 더 크게 느껴진다.
일단 가장 싼 숙소를 10,000 페소에 잡았다
이 금액은 20달러 쯤 되는다.
만일 볼리비아 였다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의 숙소를 잡을 수 있었을 거다.
야생의 세계에서의 피곤함을 문명 세계의 쾌적한 환경에서 좀 쉬어 볼까 했는데
이거 문제가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