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7_28 칠레_산티아고 : 반환점
지난 일주일간 이스터섬에서 잘 쉬다 왔으면서도,
어제의 비행기 이동과 저녁에는 숙소 잡으러 짐 메고 돌아다녀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늘 오전 내 게으름을 피운다.
멍하니 있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계속 예정대로 진행되어 진다면 오늘이 우리 여행의 딱 중간이다.
올 1월29일에 한국을 출발해서 내년 1월28일 돌아갈 예정이니
오늘로써 정확히 절반이 지났고, 정확히 절반이 남았다. 우리 여정의 반환점에 도착한 셈이다.
지나온 일정들을 돌이켜 보고 남은 일정들을 체크했다.
지출한 비용과 남은 비용도 계산해 본다.
비용을 아낀다고 고생도 감수했건만, 예산보다 더 많은 지출을 했다.
남은 일정도 그리 편안하게 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우리의 여행의 반을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며,
한인 식당에 가서 해물탕으로 자축하기로 했다.
지난번 묵었던 한인숙소에 다시 묵기에는 비용이 부담되어
이번엔 호스텔에 묵었는데 그로 인해 조금 절약된 돈에 좀 더 보태 우리로서는 무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돈 생각은 나중에 하고, 해물탕을 먹을 생각에 그저 즐겁기만 하다.
숙소를 나섰다.
숙소 주변은 대학가 이다.
대학생들의 활기와 풋풋함이 넘실거린다.
40여분 걸어가니 모네다 궁전이다.
사람들이 궁전안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기웃거리니까
안내하는 군인이 여권 보여주고 가방 검사 받고 들어갈 수 있단다.
들어가 보니 요지마다 경비병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서 있지만
관광객들과 엉켜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다.
많은 예술작품들까지 전시해 놓으며 친근한 대통령궁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후마다 거리를 따라 아르마스 광장에 갔다.
지난번에도 여러 번 들른 곳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활기로 넘친다.
드디어 한인식당에 도착했다.
해물탕이 나왔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해물탕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런 얼큰한 국물과 해물을 얼마만에 먹어본단 말인가.
감동의 도가니탕이 아니고 감동의 해물탕이다.
깨끗이 그릇들을 비우고 정신 좀 차리고
아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었으니 자연스럽게 한국 생활에 대한 얘기가 주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내년에 우리 한국 가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먹는 얘기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까지...
사람이 평균 80까지 산다고 했을 때
우리의 나이는 그 절반쯤 되니 앞으로 우리가 살아 온 만큼 살아가야 한다.
이 또한, 우리는 인생의 반환점을 맞은 셈이다.
의욕과 기대, 그리고 고민과 걱정이 교차한다.
부른 배를 잡고 꺼억 거리며,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산티아고의 밤거리가 화려하다.
모통이 교회에서 퇴근길에 들러 기도하는 어떤 이의 기도가 간절하다.
1시간 반 정도 걸려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우리는
오늘 코스의 반환점인 한인식당에서
우리 여정의 반환점을 맞은 것을 자축하며
우리 인생의 반환점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