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8_09 아르헨티나_칼라파테 : 빙하 유람선

에어모세 2009. 8. 25. 03:56


파타고니아 남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을 넘나들며
안데스 끝자락의 산들이 마지막 위용을 뽐내고 그 주변으로 광대한 호수가 둘러싸고 있다.
태평양에서 대서양 방향으로 습한 바람이 부는데
이 바람이 산지를 넘으며 많은 눈을 뿌리고 간다.
수 천, 수 만 년 동안 눈이 쌓여 그 압력에 의해 단단해지고
완전 추운 한대지방은 아니므로 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거대한 빙하가 형성되었고,
그 빙하가 녹거나 호수와 바다로 흘러 내리며 독특한 피요르드 지형을 만들어 냈단다.


과학적인 설명은 위와 같다 하더라도,
이 지역은 남위 50도 전후로 여름에도 섭씨 20도 정도로 선선하고
겨울은 한국의 겨울과 비슷한 정도로 그렇게 추운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거대한 빙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쉽게 실감나지 않는다.


암튼 칼라파테는 이 빙하를 보러 가는 거점 도시이고,
많은 고민과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그제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다.

 


오늘은 유람선을 타고 호수 주변의 빙하를 보러 간다.
날씨가 협조적이질 않다. 비가 흩뿌리고 바람도 강하다.
아침 9시가 넘었지만 아직 새벽 어스름을 뚫고 배가 출발했는데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아니라 바다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간다.


배가 몹시 출렁이는 통해 벌써부터 멀미가 날 지경이다.
하루종일 배를 타고 다닌다는데 걱정이다...


한참을 가니 비바람은 계속 불지만
다행히 물결이 조금 진정되었다.
배밖으로 나와 호수 위를 떠다니는 빙하들과
산 중턱에 마치 흐르다 멈춰버린 듯한 빙하를 구경한다.
난생 처음 보는 빙하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 들른 곳은 스패카치니 빙하(Glaciar Spegazzini)이다.
세상에나...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보기에는 그 크기가 실감나지 않는데
빙하의 높이가 80~100 미터나 된단다.

 

 

 


처음에는 저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좁은 배 위의 공간이 붐비지만
빙하 앞에 멈춰 선 배가 천천히 한바퀴 돌며
모두에게 같은 장면을 볼 수 있게 배려해 준다.
게다가 먼저 서둘러 나갔던 사람들이 비바람에 추워져 곧 다시 객실로 들어가므로
조금 기다렸다가 나가면 혼자서 여유있게 빙하를 감상할 수 있다.


방향을 틀어 배는 또 한참을 간다.
이번엔 웁살라 빙하(Glaciar Upsala) 이다.
웁살라 빙하는 이 지역 빙하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즉, 극지방을 제외한 빙하 중에 가장 큰 빙하이다.
표면적이 595평방킬로미터나 되고 총길이가 60킬로미터,
눈에 보이는 끝부분도 폭이 5~7킬로미터나 된다.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 광활한 빙하를 볼 수 없었지만
떨어져 나와 호수를 떠다니는 일부만 보아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후 시간대로 넘어가자 호수 남쪽으로 한참을 달려
오늘의 하이라이트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로 갔다.


하루 걸리는 빙하 유람선의 코스가 스패가치니를 시작으로 웁살라를 거쳐 마지막으로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페리토 모레노를 처음 본다면 그 이후의 빙하는 감동이 반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처음보는 빙하 자체의 신비감에 더해 그 규모의 장대함이 정말 대단하다.

 

 

 

 

 

 


빙하 유람을 마치고 뭍에 오르니 시간은 오후 4시경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이런... 날이 개고 햇볕이 눈부시다...
눈 쌓인 산과 그 산을 덮은 구름,
그 위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고즈넉한 호수로 내리쬔다.
그 호수위의 홍학 떼가 아름답다.

 

 

 

 

 


우리 먼저 숙소에 도착하자
속속히 다른 일정을 마친 옆방 친구들도 도착했다.
오늘도 함께 모여 저녁을 준비하고 먹으며 즐거운 수다를 이어간다.
저녁시간이 아쉬운 지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거주하며 칼라파테에 여행 온 우리 또래의 한국인 커플이
와인과 맥주를 쏜다길래 송작가와 우리는 얼른 안주거리를 챙겨 들고 따라 갔다.


조촐한 파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음악...
주인집 어른께서 흔쾌히 기타와 키보드를 빌려 주셨다.


한국과 완전히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서도 남쪽 귀퉁이,
이 곳에서 유재하, 이문세, 변진섭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창문을 제치면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이곳에서
아내가 연주하는 때 아닌 크리스마스 캐롤에 젖은 우리의 밤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