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8_25 브라질_상파울로 : 김밥 천국

에어모세 2009. 9. 9. 16:37

 


오늘은 바쁜 날이다.
할 일이 많다.
서두르자...

 


먼저 유레일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유레일 패스는 주요 유럽국가의 기차를 해당 기간만큼 탈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다.
예전엔 유럽을 여행할 때 필수 준비물이었지만,
그 비싼 구입가격과 자유이용권이라는 게 무색하게 추가 예약비용까지 가중되어,
요즘 추세는 유로라인(버스)과 자동차 리스 라고들 한다.


우리도 고민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두 달 일정 중에 보름만이라도, 아내에게 유럽을 기차로 여행하는 낭만을 느끼게 해주고자
15일짜리 유레일패스를 구입하려 계획했다.
하지만 구입한 지 6개월 이내에 개시를 해야하는 규정때문에
한국에서 구입하지 못하고 이제 이 곳 브라질에서 구입하려는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29일) 유럽행 비행기를 다음주로 연기하려 한다.
친구와 함께 보내는 브라질에서의 생활이 아쉬운 나머지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니 몇 일 만이라도 미루고 싶어진 것이다.

 

 

오늘 오후 버스를 타고 이과수로 간다.
간만에 16시간 버스를 타야 하지만 이과수 폭포에 대한 기대가 사뭇 크다.


이과수를 가기위해 나갈 준비로 우리 부부가 분주해 하는데
부엌에서 제수씨가 혼자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 있다.
김밥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밥을 싸서 준다길래 그냥 빵 하나 사먹으면 된다고,
번거롭게 그러지 마시라고 몇 번을 얘기했건만...


몇 개 집어 먹어 보니 맛 또한 일품이다.
김밥의 맛도 맛이려니와 재료 하나 하나를 준비해서
손수 김을 말아 만들게 되니
그 말아진 김 안에 만든 이의 정성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먹을 때 마다 그 정성을 먹게 되는 것이다.


사실, 친구야 내 친구니까 그렇다치고
제수씨야말로 우리와 함께 지냄이 가장 불편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편 친구가 그것도 부부가 같이 와서리
떡~ 하니 안방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잠깐이라도 손님이 자기 집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엔 누구나 불편한 법이거늘...


그럼에도 따뜻하게 우릴 맞아주고, 함께 유쾌하게 지내주고
게다가 오늘 이렇게 정성어린 김밥까지...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제수씨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 제수씨! 정말 고마워요... 이 신세를 어떻게 다 갚죠?
  언젠가 한국 오면 말이죠...
  내가... 꼭...
  김밥 천국 모시고 갈게요... "


아내가 어이 없다며 눈을 흘긴다.^^

 

 

그나저나 비행기 일정 조정이 어렵게 되었다.
이과수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항공사 사무실에 들렀는데
다음주는 좌석이 없단다.
바캉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유럽인들이 그만큼 많은가보다.
그렇다고 다다음주로 연기하면 너무 늦어지고...
할 수 없이 예정대로 이번 토요일에 떠나야 할 것 같다.


자꾸만, 곧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과수 가는 버스에서 먹는 김밥이 목이 메인다.


암튼, 제수씨는 한국 오면 내가 꼭 김밥 천국 데리고 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