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9_14 라트비아_리가 : 여행과 만남
오늘은 발트3국의 두번째 나라 라트비아로 향한다.
라트비아는 에스토니아 아래에 위치한 나라이고,
역시나 소련연방에서 1991년에 독립한 나라이다.
에스토니아 수도인 이 곳 탈린에서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 행 버스를 탔다.
버스 대각선 앞좌석에 일본인 아저씨와 캐나다 아주머니 부부가 탔는데
가는 도중에 일본인 아저씨가 이 곳에서는 드물게 보는 같은 동양인이어서 그랬는지
우리에게 자꾸 말을 건다.
너네 어느 나라 사람이냐? 우린 한국 사람이에요...
너네 어디 가니? 라트비아 리가 가요, 이거 라트비아 리가 가는 버스잖아요...
아저씨는 어디 가세요? 이거 라트비아 리가 가는 버스라며? ㅋㅋㅋ
아저씨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난 캐나다에 사는데 원래 국적은 일본이야...
암튼 반가워요...
4시간 조금 넘게 걸려 오후 3시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내렸다.
그 일본인 아저씨 부부와는 서로 가볍게 눈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인포를 찾아갔다.
인포에서 알려준 저렴한 숙소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배낭여행자에게 유명한 호스텔과 인포에서 소개해준 저가 호텔이 나란히 붙어 있어
둘다 들어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비교해 본 결과
비슷한 가격이니 저가 호텔이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만에 호텔에 묵게 되었다.^^
호텔이 호스텔보다 좋은 것은, 더구나 혼자가 아닌 부부입장에서,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딸려 있는 널찍한 더블룸에다가 깨끗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요리할 수 있는 부엌이 없다는 것인데,
음식이야 뭐... 이런 경우 대충 떼우면 된다.
그러니 같은 가격이면 호텔이 나은 건 당연하지만
저렴한 호텔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반면 호스텔의 장점은 무엇보다 호텔보다 일반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요리도 해먹고 하면서
다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기도 한다.
뭐가 됐던, 우리는 비용을 아끼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리가 시내를 돌아 다녔다.
역시나 탈린과 마찬가지로 리가도 참 아름답다.
어느 한 골목을 돌아 나오다
아까 버스에 같이 탔던 일본인 아저씨와 캐나다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서로 너무나 반가워 하며 인사를 했다.
인사 뿐 아니라, 그 골목 어귀에 서서, 1시간 가까이 서로 얘기를 나눴다.
버스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가 얼마나 많이 남았길래...
얼마동안 여행하니? 1년 이요...
니네 대단하다. 별 문제는 없어? 가끔 다투기도 해요...
뭘 그런 거 가지고... 우린 맨날 싸워... ㅎㅎㅎ
어디가 좋았니? 당연히 남미죠... 남미 정말 좋아요... 특히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요...
그렇구나 우리도 내년에 갈 생각이야...
러시아 가봤니? 아니요.
정말 좋아, 특히 여자들이 너무 이뻐... ㅎㅎㅎ 정말요???
... ... ( 이 것 저 것 주저리 주저리)
... ... ( 시시 콜콜 왈가 왈부 )
... ... ( 미주알 고주알 )
어디 자리잡고 앉은 것도 아니고,
내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재밌는 지 1시간 가까이 너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 한 장 찍고는 다시 작별 인사를 했다.
리가 시내를 돌아 다니다 또 다시 만났다.
이번엔 우리가 소개해 준 식당에서 우리보다 싸게 먹었다며
은근히 자랑하며 지나간다.
마치 오랜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졌다.
( 다음날 우리 숙소 창밖에서 지나가는 모습을 또 보게 되었다. )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간단히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해져서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같은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게 된다.
그 중에는 여행 중에 가끔이라도 이메일을 통해 연락하기도 하지만,
직접 연락은 못하고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찾아 연락할 수 있겠지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다시 만나기란 힘들 지도 모르겠다.
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에 동참해 준,
또 한 명의 나의 그 때 그 사람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