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9_15 라트비아_리가 : 편한 몸, 불편한 생각
모처럼 호텔 더블룸에서 편안히 잤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의 잠자리가 불편했던 건 아니지만
고급은 아니어도 명색이 호텔이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도 편안했던 것 같다.^^
편안하다보니 게으름을 실컷 피운다.
아내는 욕조에 물 받아 놓고 목욕다운 목욕을 하기도 하고
유료이긴 하지만 무선 인터넷을 연결해 한국에 계신 분들과 전화 통화도 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들이 반갑기 그지 없다.
시간이 벌써 오후 2시가 넘어 가고 있다.
정말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이다.
프런트에서 전화가 왔다.
청소를 해줄까? 그러면 좀 나갔다 와라...
청소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주섬 주섬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서
그 주변의 공원과 오페라 극장, 대학 등등 다양한 리가 시내의 모습을 구경했다.
공원 한켠 다리에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봤는데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면서 자물쇠를 잠그는 풍습이 있는데
유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이 다리위에서는 젊은 연인들보다는 노부부(노연인?)가 더 낭만적으로 보인다.
한국의 노년들도,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 왔음을 잘 알지만
너무 현실에 찌들지 말고, 한편으로는 근엄과 권위를 조금 버리고,
서양의 노년들처럼 여유와 낭만을 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
에스토니아의 탈린 보다 조금 차분한 라트비아의 리가는
물가가 생각했던 것 보다 높고, 길가에는 구걸하는 이들이 많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하여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서방화가 이루어지면서
계량적인 경제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자연히 따라 오게 되는 부작용, 바로 빈부격차가 심해진 것 같다.
심지어, 최소한의 기초적인 생활은 보장되었던
예전의 공산주의 시절을 그리워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양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여 산술적인 평균이 올라갔다고 하여
그 사회가 행복한 사회를 이룬 것일까?
경제 성장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린 한국사회가 행복한 사회인가?
길가의 한 소년과 노인이 손을 벌리고 있고
그 옆을 벤츠 자동차가 지나간다.
라트비아의 서방화와 경제발전이,
자동차 주인에게는 축복이고, 길위의 소년과 노인에게는 불행이다.
라트비아는 행복한가?
한국은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