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9_23 폴란드_쟈코파네 : 인생은 아름다워?
어제 크라코흐에서 당일로 오쉬피옌침(아우슈비츠)을 다녀 왔다.
두 도시는 당일에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가까이 있고,
크라코흐의 유태인 지구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무대가 되었던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게 정말 후회된다.
남미에서와 마찬가지로 관련 영화들을 섭렵하지 못한 게 계속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나치 유태인 수용소라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는 인생의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어린 아들에게 보여 주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면서,
인생은 아름답다 라는 제목의 그 역설적인 안타까움과 함께
진정, 인생은 아름다운 것일까 하는 회의에 잠깐 빠졌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이 누구에게나 아름답지는 못하다.
힘겹고 고단한 인생을 살기도 하고,
억울하고 비극적으로 마감되는 인생도 있다.
개인적인 한 인간의 인생 뿐 아니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 온 사회적인 인간의 삶도 아름답기 보다는 비극적이다.
버릴 수 없는 인간의 탐욕과
왜곡된 종교적 민족적 인종적 교만에서 전쟁과 갈등은 빚어지고,
이 전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은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
인생의 처세술과 부자가 되는 방법을 전수하는,
넘쳐나는 21세기형 약장수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인생을 외쳐대도
인생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누군가의 몫을 최대한 내 몫으로 가져와야 하고, 또 그렇게 강요받는 현실 세계.
그 현실 세계의, 생존과 경쟁의 긴장감을, 혹시 즐기는 이도 있을 지 모르지만,
그 현실 세계가 두렵고 떨리기만 한 나로서는 전혀 즐겁지가 않다.
그 속에선 인생은 아름답다고 도저히 할 수 가 없다.
누구는 여행을 통해 글로벌적인 마인드와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하고
누구는 여행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여 실행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 오라고 했다.
나는 뚜렷한 의도나 목적없이 출발했다.
막연한 내 인생의 행복과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떠났을 뿐이다.
무엇을 얻기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많은 잡동사니들을 버리고나 가면 다행이다.
나는 경쟁의 무기를 강화하고자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의 무기를 강화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며 떠난 것이다.
서로가 생존과 경쟁으로 인한 적대적인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그러기 위해 각 자에게 각 자의 제 몫이 주어지고
그렇게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 상태에서 비로소 아름다움이 돋아날 것이라 생각 때문이다.
일찍이 존레논은, 터무니 없을 지도 모르는 상상을 통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평화 공존의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그렇게 되길 절실하게 바라는 희망,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신념,
그 신념을 가진 이들과의 공감, 연대...
그제서야 비로소,
인생은 아름다울 수도 있다.
( 어쩌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희망을 말하려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희망이 미국이라는 암시때문에 그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
오늘 크라코흐를 떠나 쟈코파네(Zakopane)에 왔다.
슬로바키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타트라(Tatra) 산맥의 품에 자리잡고 있는 쟈코파네는
유명한 겨울 휴양지일 뿐 만 아니라 여름, 가을철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알프스 버금가는 곳으로 수려한 경관도 일품이다.
인생은 아름답지 못해도
자연은 아름답다.
요즘 뉴스를 통해 대규모 자연재해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다.
자연 또한 아름답기만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