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09_24 슬로바키아_레보차 : 친절한 멜린씨
처음 계획은,
폴란드 크라코흐에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 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쟈코파네라는 곳이 아름답기도 하고, 그 곳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어 슬로바키아로 들어 가고자
쟈코파네에 온 것이다.
최근 호스텔들이 개별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도미토리만 단순히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커플 배낭여행자나 단체 배낭여행자들을 위해 아파트먼트 형식의 별채를 운영하기도 한다.
쟈코파네에서 묵은 숙소도 우리에게 별채 아파트먼트를 안내해 주었는데
마치 별장과도 같은 이 곳에서, 비수기어서 그런 지 몰라도,
30유로도 안되는 가격에 우리만 묵게 되어 완전히 독채로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는 통닭도 사 먹고
새로 지은 펜션에 놀러 온 기분을 실컷 즐겼다.
걸어서 국경을 넘는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려 하긴 했지만
말도 안 통하고, 교통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고생 좀 하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이 곳 폴란드 쟈코파네에서 슬로바키아 포프라드(Poprad)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국경을 이루는 타트라 산맥을 넘어 슬로바키아로 향한다.
조금씩 흩뿌리는 비와 옅은 안개에 쌓인 산들도 멋있지만
도시와는 또 다른 모습의,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의 전원 풍경도 너무나 아름답다.
슬로바키아 포프라드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이어서 레보차(Levoca) 라고 하는 조그만 마을로 이동했다.
조그만 마을이어서인지 인포도 없고, 내 짧은 영어도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동양인을 처음 봤는 지, 마주치는 사람들 마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웃고 지나간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은 졸졸 쫓아다니며, 우리가 말 걸어 주면 너무나 좋아 한다.
신기해서 그런 건 지... 반가워서 그런 건 지...
그건 그렇고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
그래도 계속해서 만나는 이들마다 붙들고 물어 본다.
센터? 센트로? 센트룸? 그제서야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니 인포가 나온다.
저렴한 숙소를 소개받아 찾아갔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정감가는 곳이다.
더구나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더 정감이 간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그 사람의 친절이 사무적인지 진심인지 대충 구분이 간다.
숙소를 잡으러 처음 가면 서로 묻고 답하기 바쁜데 여기서는 서로 인사부터 했다.
내 여권을 보더니만 며칠 전 생일인 것을 알고는 축하한다는 말까지 전한다.
이름이 멜린 인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참 따뜻하다.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이층의 독채를 쓰게 되었다.
다른 투숙객들이 안 보이니 정원도 우리만의 고유한 정원이다.
아침포함은 아니지만 24유로 이니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숙소 복은 있는 것 같다.
시내를 돌아봤다.
화려할 건 없지만 나름 중세의 모습을 소박하게 지니고 있었다.
중세시대에, 죄를 지으면 가둬 놓고 구경거리를 만들었다는 쇠창살 감옥이
지하나 건물내부가 아닌 길 한 가운데 있는 것이 특이하다.
수치심을 유발시키려는 의도인 듯 하다.
멜린 아주머니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역시 멜린 아주머니가 알려준 마트에서 장을 봤다.
물가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저렴하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일 슈피스 성을 보고 코시체(Kosice)를 들러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하려 했으나
이 곳에서 하루 더 머무르면서 슈피스 성과 코시체를 다녀오고 이 곳에서 바로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으려니
취사도구와 양념이 더 필요하냐며 계속 묻는다.
우리가 하루 더 머무르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럼 이틀밤 합 40유로를 내라며 8유로를 깎아줬다.
그리고 우리를 앉혀놓고
슈피스 성과 코시체, 브라티슬라바의 교통편, 시간 정보와
그 외의 이 지역의 여행 정보를 아주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숙소를 운영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게 되고 게중에는 피곤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항상 기분 좋을 수만은 없을텐데
기분 좋게 너털 웃음을 웃는 멜린 아줌마의 친절에는 진실함이 묻어난다.
이래저래 슬로바키아의 느낌이 참 좋다.
( 좋은 사람과 만나고 난 후,
지난 다음에 꼭, 사진이나 한 장 찍어둘 껄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이번에도 같은 후회를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내가 찍은 사진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