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10_01 불가리아_소피아 : 세르비아 통과하기
어제 오후 6시에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행 버스가
우리를 태우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출발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잠은 오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스르르 잠이 들었다.
밤 11시 쯤 되었을까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도착한 모양이다.
승객 모두를 깨운다.
헝가리 출국을 위해 여권을 거두어 가더니 한참을 있다가 스탬프를 찍고 돌려주었다.
바리케이트를 넘어 50미터도 안 가서 이번에는
세르비아 입국을 위해 다시 여권을 수거해갔고
아까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체한 후 돌려 주었다.
세르비아는 국경에서부터 좀 어둡고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날 마침, 그런 성격의 국경 근무 군인들을 만난건 지,
나의 세르비아에 대한 이미지나 선입견 때문인 지...
요 몇 년 사이에 동유럽, 특히 이 지역의 지도는 계속 달라져 왔다.
학창시절 교과서 지도에는 소련,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로 통합 표기된 지역들이
점점 해체, 분리, 독립 등의 과정을 거쳐 수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어
아시아 지역으로도 여러 나라들이 독립하고 유럽 쪽으로도
발트3국, 벨라루시, 우크라이나 등등의 나라들이 독립하였고
체코슬라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조용히 분리되었다.
하지만 바로 최근까지도 그야말로 발칸반도의 화약고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격변의 소용돌이는 이 지역을 휘몰아쳤다.
유고슬라비아는 먼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분리되고
종교와 민족이라는 허울 아래
계속 전쟁과 살육이 벌어지고 갈기 갈기 나라들이 쪼개졌다.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코소보,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이렇게 옛 유고의 지도는 나뉘어졌다.
세르비아는 옛 유고의 중심국이었다.
유고해체의 현대사를 잘 모른다.
공부를 좀 하고 올 것을.. 하는 후회를 절실하게 해본다.
하지만 그 처참한 역사의 동기와 배경이 종교와 민족이라고 들었다.
종교라는 것이, 민족 이라는 개념이
진정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한편, 일개 소수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중들의 종교적 민족적 광기를 조장하고 부추기며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광분할 수 있는 소지를 지닌 인간의 본성은
회의하고 반추하고 계속해서 새롭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가 싶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다시 깨운다.
이번엔 세르비아와 불가리아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아까와 같은 절차와 시간이 걸려 통과했다.
다시 잠이 들었다.
동이 틀녘에는 어느 도시에 다시 정차했다.
부산한 소리에 다시 깼다가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운전기사가 내리지 않고 뭐하냐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주변을 둘러 보니 버스안에 우리만 남았다.
어안이 벙벙하다.
미리 유로라인 버스 홈페이지를 조회해 보고
분명 어제 출발하면서 직접 터미널 직원에게 물어서 확인까지 했다.
아침 11시경에 도착한다는 알고 있는데 지금 시간은 이 곳 시간으로 6시인 것이다.
다들 떠나고 없는 버스앞에서
나와 같은 궁금함을 가진 서양친구와 둘은 계속해서 운전기사를 붙들고
여기가 불가리아 소피아 맞냐고 반복해서 물어 봤다.
참 신기한 일이로세...
( 아직도 그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다. )
어쨌든 우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합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아직 남은 잠 기운을 털고 정신을 차리고 짐을 메고 숙소로 향한다.
역시나 체크인 시간은 오후이므로 짐을 맡기고 소피아 시내를 돌아봤다.
불가리아식 전통음식을 사먹었다.
맛도 있고 헝가리에 비하면 물가가 훨씬 싸다.^^
옛날 공중목욕탕과 성 소피아 동상, 옛 공산당 당사 건물, 러시안 교회를 둘러 보고
소피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알렉산더 네브스키(Aleksander Nevsky) 교회도 들렀다.
규모나 내부형태가 다른 교회와 사뭇 다른 위엄과 개성이 돋보인다.
지리적으로 중동지역에 가깝고, 한동안 투르크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성당과 더불어 모스크도 눈에 띈다.
모스크는 단순히 유적이 아니라 지금 현재도 무슬림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오후 나절 숙소로 돌아와 방을 배정 받았다.
좀 떨어져 있어 다시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별채 아파트먼트에 또 우리밖에 없는 지라
우리의 독채 전용 공간이 다시 생긴 것이다.
우리의 숙소 복은 언제까지 이어질런지... ㅋㅋ
세르비아 통과로 인한 피곤한 몸을 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