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10_18 독일_로텐부르크/하이델베르크 : 가고 싶은 곳, 가봐야 할 곳
어제 한국인 신혼부부도 우리와 같은 숙소에 묵었는데
그분들 신혼여행지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나름 신혼인데, 신혼여행 기분내며 로텐부르크에서 차분하게 며칠 보내고 싶다.^^
아쉬운대로 짧게 나마 신혼 기분을 내보자고 생각하며
아침을 먹고는 바로 다시 로텐부르크를 둘러 보러 나갔다.
어제 오후와 밤에 느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상쾌한 아침에 느끼는 로텐부르크가 더욱 신선하고 아름답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매기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했다.
내가 3년 전에 한번 온 적이 있는데 기억하냐고 했더니
그러냐고 깜짝 놀라시며,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는데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나 하신다.
암튼 수 년 후, 다시 올테니 그땐 기억해 달라고 하자
올해 일흔아홉 됐지만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그러겠다고 하시며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나 푸근하다.
갑자기 친가 외가 두 분 할머니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두 분 할머니가,
떠날때는 둘이 갔지만 돌아 올때는 꼭 셋(?)이 와야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ㅋㅋㅋ
세계적인 수준의 독일 기차의 1등석을 우리 맘대로 타고 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아내는,
귀찮게 갈아 타지도 말고, 그냥 기차만 주욱 타고 다니면 좋겠단다.^^
하지만 우리는, 로텐부르크에서 슈타이나흐, 뷔르츠부르크, 프랑크푸르트,
여러번의 열차를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로텐부르크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면
하이델베르크는 한번 가봤으니 굳이 또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 여행왔으면 한번쯤 가봐야 될 것 같은 곳이므로
아내를 위해 들르기로 했다.
하이델베르크는 낭만적인 도시로 소문이 나 있다.
멋진 고성이 있지만, 그동안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멋진 고성을 보아 왔고,
대학생들의 활기가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차분하기만 하다.
당대의 대철학자들이 산책했다던 길도 있지만, 그곳을 거닐만큼 시간이 충분치 않다.
어쨌던 하이델베르크 중심가로 걸어 들어가는데
우리를 반겨주는 건, 거리의 연주자이다.
본인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실로폰을 연주하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다.
계속 걸어 가다 한 보따리 짐이 실려 있는 자전거를 보았다.
노숙자이거나 여행자이겠지..
여행 중 만나는 이들이 가끔 우리보고 대단하고들 하는데
우리보다 대단한 사람들도 아주 많다.
지난번 하이델베르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멘사라고 하는, 대학의 구내식당 겸 펍이었다.
식사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차도 마시며
여럿이 진지하게 토론도 하고, 혼자 책을 읽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피아노를 치며 연주하는
대학생의 활기있는 분위기를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멘사에 가 보았지만
일요일이라 썰렁하기만 하다.
골목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연인이,
이 곳에서 별 감흥을 못 느끼는 나에게,
그래도 하이델베르크가 낭만의 도시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 하다.^^
중심에 다다르니 반가운 한글 안내 포스터가 있어 가보았다.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들어가 보니
장구 연주 시범과, 서예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양인들이 신기해 하며 바라보고 있고
우리는 반가움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 성에 올랐다.
성 자체가 규모도 있고 멋있기도 하지만
전쟁의 상흔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욱 신비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 내는 곳이다.
특히 이 곳에서 바라보는 하이델베르크의 전경은 정말 그림같다.
오늘은 자정 넘어 슈투트가르트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 행 야간 열차를 탄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슈투트가르트로 일단 갔는데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그냥 멍하니 기다리기 보다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하임이라는 곳에 기차를 타고 갔다 그냥 다시 돌아 왔다.
유레일 패스 요거 아주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