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10_24 오스트리아_빈 : 애프터 선 라이즈
예전에 본 영화 중에 비포 선 라이즈(Before Sunrise) 라는 영화가 있다.
독일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행 열차를 타고 가다 만난 제시와 셀린느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제시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리자 급기야 셀린느가 따라 내려
둘은 빈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이 영화 제목처럼 해뜨기 전에 헤어지는 내용이다.
열정적인 사랑의 스토리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소재도 없이
단순히 둘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나눈 대화가 전부인 영화여서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게 몰입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몰입하여 보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젊은 연인의 풋풋한 감정이 신선하기도 했고
대화 내용이 기지가 넘치고 재기발랄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 보다도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이 바로 '빈'이었기 때문이다.
비포 선 라이즈 이 영화와,
그리고 몇 해 전, 자크루시에 밴드와 바비맥퍼린의 감동적인 협연이 인상깊은
빈에서 열렸던 재즈 페스티벌 동영상 속의 모습으로 인해
빈은 그렇게 내 마음 속 동경의 도시였다.
그래서 3년 사이에 두번씩이나 방문하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여기는 오스트리아 비인,
해 뜨기 전(Before Sunrise), 제시와 셀린느가 방금 헤어 졌고,
바로 해가 뜨자 마자, 나와 박마담이 이제 도착했다.
숙소를 정해 짐을 풀고는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비인 중앙묘지의 음악가 묘역이다.
독일 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모든 음악활동을 빈에서 했던 베토벤과
베토벤 옆에 묻어 달라고 했던 슈베르트,
그리고 요한스트라우스와 브람스
그 거장들의 무덤 앞에 서 묘한 전율을 느낀다.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주말을 맞아 어느 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는데
음악가들의 무덤 앞에서 숙연해 하던 박마담은 진열된 물건들 앞에서 세속적인 욕심을 들어낸다. ㅋㅋ
중세부터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 때 까지,
근 천 년을 이어 온 합스부르크 왕조의 영화가 담긴 쇤브룬 궁은
그 영화 만큼 화려함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얼마 전 체코 프라하에서 보려했다 못 본 오페라를 이 곳에서 다시 시도하기 위해
오페라극장을 찾았다.
우리는 오페라와는 인연이 없는 듯
역시나 오늘도 매진이다.
내일 공연을 예매하고 하루 더 머무를까 하는 고민끝에 그냥 돌아섰다.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
비인의 밤거리를 해맸다.
20세기 초부터 정치가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시간을 보냈다는
카페 센트럴에 우리도 앉아 비엔나 커피를 마셨다.
( 사실은 비엔나 커피가 아니고 다른 명칭이 있다. )
비인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슈테판 성당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시청사와 국회의사당을 거쳐 한참을 헤매다 거리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제시와 셀린느가 탔던 1번 트램이
또다른 제시와 셀린느를 태우고 밤늦은 비인 거리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