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10_29 이탈리아_밀라노, 프랑스_니스 : 우리는 프라다를 입지 않는다
아침에 밀라노에 내렸다.
스타벅스와 함께, 예전에는 무지 안좋아 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요긴한 친구인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마셨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 식당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있어서 아주 긴요한 화장실이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많이 받아 왔다.
밀라노의 아침이 상쾌하고 활기차다.
유럽에서 전반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고
시스템도 뒷받침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전거가 생활화 되지 못하고
아직까지, 쫄바지 입은 이들의 취미운동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찾은 곳은 밀라노 두오모 성당이다.
책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나올 듯한 분위기라고 했는데
우리가 보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만든 성당이 연상된다.
어쨌든 그 규모와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라스칼라에 가 보았다.
그 명성에 비해 수수하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보아 온 여타의 오페라 극장들이 워낙 화려하게 지어져 있어, 그 기대감을 가지고 보아서 그랬을 것이다.
공연되는 오페라에 의한 명성이지, 극장의 겉모습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항상
겉과 속을, 본질과 현상을 혼동하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역으로 돌아 오는 길에 유명한 명품거리를 지나왔다.
밀라노는 세계 패션산업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많은 명품 브랜드의 고향이다.
그 밀라노의 명품거리를 지나온 것이다.
며칠째 계속 입고 있는 낡은 옷과 체크무늬 비닐가방을 덜렁덜렁 들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그 사이를 거닐며 사진도 찍고 유쾌한 걸음으로 간다.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는 학벌이라든지 돈, 외모 등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을 과시하며, 그것이 행복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것 같기도 하다.
난 그러한 것에 관심이 전혀 없다. 아니 그러한 기준을 갖추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여행도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한 과정의 하나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행복할 필요는 있지만 프라다를 입을 필요는 없다.
다시 기차를 타고 프랑스 니스로 향한다.
밀라노를 떠난 기차는 제노바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달리다가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을 계속 이어 달려 모나코를 지나 니스에 도착했다.
제법 시간이 걸려 오후 늦게 도착했지만
지중해 해안을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창밖 풍경으로 인해, 우리는 전혀 지루함 없이 프랑스 니스에 왔다.
인포에 들러 숙소를 소개 받아 찾아갔다.
50유로를 부른다. 우리가 인포에서 36유로라고 해서 온거라고 했더니
그럼 그렇게 해준단다... 원 참...
우리가 그렇게 어리버리하게 보이나?
어쨌든, 등급이 낮긴 해도 욕실 딸린 호텔 더블룸이니 프랑스 물가 치고는 상당히 저렴하긴 하다.
니스의 모습도 돌아 보고 저녁 식사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해변도 멋있고 그 해변가에 하나 둘 켜지는 불빛도 멋지다.
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젊은 친구의 긴 손가락을 따라 쇼팽이 연주되고
우리는 한참을 서서 그의 연주를 감상했다.
그 어떤 음악회 보다도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훌륭한 연주이다.
뭐 먹을 까 두리번 거리던 우리는 아직 문을 연 슈퍼마켓에 들렀다.
배를 채울 바게트 빵과 닭고기 조각 몇 개,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사서 바닷가로 갔다.
거리에서 훌륭한 음악을 들었고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 보다도 훨씬 운치 있는, 바다가 보이는 벤취에서
우리만의 행복한 만찬을 가졌다.'
우리는 무지 촌스럽고 이제는 돈도 떨어져 가난하다...
그래서 자유롭다. 그리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