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1_21 튀니지_카르타고 : 문명의 흥망성쇠

에어모세 2009. 12. 6. 05:29


카르타고...
한니발...


먼 고대의 역사로,
마치 한편의 전설과도 같이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고대 도시와 장군의 이름이다.

 


새로 옮긴 숙소에서 모처럼 편안하게 잠을 자고 일어난 우리는
오늘 카르타고로 간다.
튀니스 근교의, 시디 부 사이드 못 미쳐, 지중해 해변의 작은 마을이다.


역시나 교외 전철을 타고 갔다.
내리는 역의 이름이 바로
'카르타고 한니발' 역이다.

 

 

 

낯선 동양인인 우리에 대한 관심은 오늘도 여전하다.
길거리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길을 묻자
어떻게든 영어로 말을 이어 보려고 따라 다니면서 알려주는 과도한 친절을 베푼다.

 


바르사 언덕에 올랐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에 의해 세워진 성당이 언덕 정상에 우뚝 서있다.

 

 

 

 

성당을 돌아 그 옆의 카르타고 유적지로 들어 가고자 티켓을 사려하니,
고맙게도 학생은 무료입장이다.^^

 


유적과 박물관이 함께 있는 이 곳은,
카르타고의 유적지만이 아니다.
로마시대의 유적지와 식민지 시대의 성당이 함께 있는
튀니지의 역사를 관통하는 모든 유적이 모여 있는 곳이다.

 

기원전 7,8세기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세워진 카르타고는
지중해를 제패하고 유럽대륙을 위협하며 강대한 문명을 건설했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이 언덕위에 도시를 세우고
바닷가에는 적을 위장하는 포에니 항구를 전략적으로 만들어
적의 침입을 막아 내었다고 한다.


해양문명에 있어서 바다는,
힘이 강할 때는 밖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이지만
힘이 약할 때는 반대로 외세의 침입의 징검다리가 되고 말듯이,
기원전 1세기 경에, 로마에 의해 카르타고는 망하고 만다.


로마는 카르타고 문명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고
그 위에, 로마 그 명성에 걸맞는 문명을 다시 세웠다.


그 로마 또한 반달족, 이어서 아랍의 이슬람 세력에 의해 망하게 되고
그 문명 또한 폐허가 되었다.


이 유적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맨 위에 로마 문명의 흔적이 발굴되어 드러났고
계속해서 그 아래로 파고 들어가서 카르타고 유적이 발굴되었다.


층층히 쌓인 유적은
켜켜히 쌓인 역사의 흥망성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덕 아래로 조금 내려가
카르타고 유적의 터에서 언덕위 성당을 바라보니
카르타고 위에 로마가 그 위에 프랑스 식민지의 역사가,
그 세월의 흐름을 따라 쌓여져 왔음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어느 누구라도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감회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역사를 보는 혜안이 전혀 없는 나 같은 사람 조차도...

 

 

 

 

장구한 역사를 비추어 보면,
오늘날의 서구 중심의 사회는 단지 1-2백년 남짓 일 뿐이다.
지리상의 발견과 산업혁명에 인한 유럽의 제국주의 팽창으로
세계는 서구중심의 사회가 시작되었지만


해가 지지않는다고 했던 영국도 해가 저물고
팍스 아메리카도 그 빛이 바래져 가고 있다.


이것 또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구 중심사회의 정신적 지배를 받고 있는 한국, 그리고 나의 사고와 인식은,
긴 역사적으로 볼 때 지극히 편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관점으로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후진국을 구분하고,
인종적 지리적으로, 수준의 높낮이를 나누는 거야 말로 아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생활의 불편을 빌미로 낮추어 생각하는 이 곳은
그 옛날 세계를 호령하던 초강대국이었고, 가장 높은 문명을 꽃피웠던 곳이다.
( 물론, 서양사에 국한해서 볼 때... )


흥망성쇠를 힘의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그 기록에 비추어 감회에 빠지기도 했지만
누군가 흥하고 누군가는 망하고, 누군가 성하면 누군가는 쇠하고...


모두가 흥하고, 함께 성하면 안되는 걸까?
내 감회는 순진무구하다 할 지 모르는 상상에 까지 이른다.

 

문명의 흥망성쇠를 생각하며 감회에 빠져 있기를 한참,
이제는 발길을 돌려 언덕을 내려간다.


카르타고 마을이 튀니스의 복잡함과는 달리 차분하고,
크고 화려한 집들이, 넓고 깨끗한 거리를 따라 해변까지 늘어서 있다.


여러 세력이 다투었던 카르타고에
지금은 튀니지 부자들이 점령자가 되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지중해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프랑스 니스에서
바라 보던 지중해를 지금은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뜨거운 현장이 되어 왔던 지중해가,
남녀의 애정행각에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의 규범을 피해
불타는 청춘들이 사랑을 나누는 뜨거운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