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중동

2009_11_27 시리아_다마스커스 : 예수와 동거

에어모세 2009. 12. 20. 10:53


오늘은 하필,
이슬람 국가의 휴일인 금요일인 동시에
라마단의 두 달 후, 하지(맞나?) 라고 하는 아주 큰 명절이다.


그래도 설마 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휴일과 명절을 잘 피해 다녀야 한다고 들었지만
어떻게든 다 이동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었다.


둘 다 맞긴 맞는 말이다.^^
오늘 요르단 암만에서 시리아 다마스커스로 이동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찌 됐건 결국엔 이동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숙소를 나와 일단 버스터미널로 갔다.
오늘은 휴일인 동시에 명절이라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단다.


정규버스가 아니더라도
중동에서는 세르비스 라고 해서
승용차나 승합차들이 사설영업을 하는데
요금은 버스와 그다지 차이가 많이 나진 않지만 문제는,
인원이 꽉 차야 출발한다.


할 수 없이 세르비스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들었던 것보다 요금이 턱없이 비싸다.
아무리 흥정을 해봐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므로 요금을 내릴 수가 없단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명절이 끝난 후 움직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나선 걸음에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그냥 가기로 했다.


예상 요금의 배를 지불하고,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
함께 타고 갈 인원이 도착한 후에야 출발했다.

 

 


암만 시내를 벗어나 고운 모래 언덕은 아니지만 황량한 사막을 계속 달려
요르단과 시리아의 국경을 향한다.
이 길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이다.
다마스커스는 성서에서 다메섹으로 일컬어 지는 곳으로
다시 말해 이 길은 다메섹 도상이다.


바로 사도 바울이, 기독교인들을 탄압하는 사울에서
기독교 선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사도 바울이 되는 중요한 사건에 등장하는 곳이다.
강한 빛을 보고 잠시 눈이 안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 회심하게 된 곳이 이 길 어딘가 일 것이다.
 

 

 

 

 

우리부부와 함께 동승한 현지 요르단인 부부와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남자는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머뭇거리며 더듬거리는 나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중간 중간 휴게소 같은 곳에서 산 군것질 거리도 나눠먹으며 계속 대화가 이어졌다.


이 친구들도 명절 연휴를 맞아 시리아 다마스커스로 놀러 가는 중이다.
남자의 이름은 이샤, 아내의 이름은 이스라 이다.


이샤는, 자신의 이름을 단순히 알파벳으로 표기할 때는 Issa 이지만
영어로 표현할 때는 Jesus, 바로 예수라고 표기한단다.
중동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예수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수란 이름이, 우리의 철수나 갑돌이처럼
가장 흔하고 친근한 이름이라는 얘기를 예전에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국적은 요르단이지만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이 친구 말로는, 요르단 인구의 40퍼센트 정도가 팔레스타인 출신일 것이란다.


추측컨대, 이스라엘 건국으로 원 거주자였던 팔레스타인들이
요르단 영토였던 요단강 서안으로 이주했고, 이스라엘이 이마저도 장악하면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요르단으로 이주했을 것이다.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에 당도했다.
요르단을 나가며 출국세 인당 8불씩 내고 출국 스탬프를 받고
시리아로 들어가며 수수료 인당 33불씩 내고 입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이미 숙지하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동행자인 팔레스타인 친구 이샤는
우리를 어린 아이 다루듯 데리고 다니며 통역과 안내 역할을 한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의 착한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하다.

 


이제는 시리아로 접어들어 계속해서 수도 다마스커스를 향해 가는데
이샤가 제안을 하나 했다.
지금 다마스커스에 들어 가게 되면 숙소 잡기 힘들 것 같으니
아파트를 렌트해 함께 머물자는 것이다.


우리도 더 쾌적하고 경제적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일단, 정말로 숙소 잡기가 힘든 지 알아나 보자고 했다.

 

몇 군데 숙소에 들르니 진짜 방이 없다.
내가 론리플래닛을 꺼내 이샤를 통해 전화통화를 시도해 보니 역시 방이 없다.


결국 아파트 렌트업체 사무실로 갔다.
이샤가 한참을 가격 협상을 하는 듯 하다.


이샤가 우리와 그들 사이를 통역하듯 양쪽을 오가며 한참을 실갱이 한 끝에
아파트를 2박3일 동안 두 커플이 함께 빌리기로 했다.
직접 가서 보니 깨끗하고 아늑하다. 잘 왔다 싶다.


허나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방은 두 개인데 화장실이 하나다.
그게 하필 거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방 안에 있는 게 문제다.
이샤가 화장실 있는 방을 우리보고 쓰란다.


암튼 숙소 구하기 힘든 상황에
이렇게 아늑한 숙소를 구한 게 어딘가...

 

 

이샤 부부와 우리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수크(시장)를 가로 질러 가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 지 지나가기조차 힘들 정도다.
지금 다마스커스는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이샤의 안내로 아랍식 정통 모듬 바베큐를 먹었다.
돼지를 제외한 소,양,닭의 다양한 고기와
이름 모를 다양한 소스와 야채가 한 상 가득하다.


배가 심히 고팠던 우리 모두는 정신없이 먹었고,
명절 분위기로 가득한 다마스커스의 밤거리를 구경다니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예수(이샤)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