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_12_15 태국_방콕 : 럭셔리 모드로 전환
어제밤 자정 넘어 이륙한 비행기에서
우리는 자리를 잡자마자 잠이 들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자고나서
아침인 듯 부시시 일어나 보니
계속 중동 시간에 맞춰져 있는 내 시계는 아침 7시지만, 현지 태국 시각은 정오를 나타낸다.
그만큼 지구의 자전 방향을 따라 날아 온 것이다.
이 곳 시간으로 오후 2시 가까이 되어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달라진 것은 시차만이 아니었다.
차가운 사막의 칼바람 속으로부터 푹푹찌는 한 여름속으로,
공간과 계절의 차이를 여실히 느낀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원래는 태국 방콕을 거점으로 삼아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와
인도, 네팔을 둘러 한 달 반 정도 기간의 우리의 마지막 여정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중동에서 일정을 조정해
올해 안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태국 방콕에서 며칠 보낸 뒤 홍콩을 거쳐 한국에 들어 가게 된다.
결국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나 다름 없는 셈인데,
물가도 저렴하고 관광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
아내와 난, 조금의 이견도 없이,
가난한 배낭여행자 모드에서 럭셔리 관광객 모드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럭셔리 모드 전환의 첫 행동으로
공항에서 숙소까지 과감히 택시를 탔다.
되도 않는 언어로 우리를 정신없게 만든 후
은근슬쩍 택시비를 올리는 택시기사님...
어딜!! 길에서의 생활에 이골이 난 우리에게 감히...
우리 물가로 따지면 큰 금액이 아니어서 그냥 기분 좋게 지불할 수도 있지만
이런 문제는 쉽사리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럭셔리 모드로 전환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숙소는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간에 묵어왔던 숙소에 비하면 초호화판(?)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
그래봐야 레벨은 중급이고 금액도 우리돈으로 하루 약 4만원 정도이다.
그래도 그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이면 정말 우리에게는 초호화 숙소이다.
로비는 넓고 깨끗하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한 장식까지 꾸며져 있어
덥고 습한 전형적인 열대 기후지만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맞는 설레임과
우리의 귀향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한껏 부풀게 한다.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 보니
깨끗한 트윈룸에 무선인터넷도 되고, 에어컨도 시원하다.
깔끔한 욕조와 화장실에는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온다.
짐을 부리고 좀 쉬다 숙소 주변을 돌아봤다.
시내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변두리 지역으로서 좀 복잡하고 소란하고 지저분한 부분도 있지만,
비슷한 외모, 순박한 인심, 싸고도 맛있는 길거리 음식 등 이 모두가,
우리가 고향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주어
아주 정감이 가고 기분이 좋다.
방콕이 점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