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결혼식 (2008년 9월 20일)
인사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참 부끄럽게 살아왔습니다.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습니다.
갑자기 무슨 대단한 결의를 다진 것은 아닙니다만
조금 진지해지는 걸 보면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주변의 충고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렇듯 익숙하지 못한 진지함은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나온 삶이 그러할진대, 다가오는 삶의 고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먼저, 지금까지 저희 둘을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양가 부모님과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들의 한없는 축북 한 몸에 받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서원합니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맹세를 앞세우기보다 부끄럽게 살아왔던 잘못과 상처 서로 감싸주며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거창한 성공의 다짐을 앞세우기보다 안이하게 살아왔던 각자의 삶을 서로 북돋아주며 작은 행복 누리겠습니다.
처음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결혼 자체가 중요하지 결혼식을 포함한 통과의례들이 뭐 그리 중요한가, 있는 그대로 간소하게 하자" 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계속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애초 생각대로 하기가 어렵더군요.
여전히 탐탁치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저희 생각이 모자라 깨닫지 못했거나 주변 분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들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굳이, 남다르게 살려고 애쓸 것도 없습니다.
그저, 저희 둘이 가야할 길에
이제, 소박한 한 걸음 내딛습니다.
2008년 9월 20일 신부 박지형, 신랑 장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