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6_13 페루_쿠스코 : 잉카의 배꼽으로의 힘든 여정

에어모세 2009. 6. 19. 13:08

 

어제 오후 30분 연착하여 6시 반에 버스가 출발했다.

벌써 해는 완전히 지고 창밖은 완전히 깜깜하다.

두어 시간만에 나스카에 도착해 손님을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나스카(Nazca)는 아직도 불가사의로 남아 있는 나스카 라인이 있는 도시이다.

나스카 라인을 보기 위해서는 경비행기 투어를 해야하는데,

선배 여행자들이 모두 가격 대비, 기대 대비로 실망했다는 의견이 많고

또 심한 멀미를 감수해야 한다기에 우리의 일정에서 제외되었다.

단지 이까에서 꾸스꼬 가는 길에 거쳐갈 뿐이다.

 

16시간을 가야하므로 일부러 일찍 잠들지 않으려고 컴퓨터를 켰다.

사진도 보고 블로그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길은 보이지 않지만 몸이 심히 흔들리는 걸로 봐서 안데스를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

슬슬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

얼른 컴퓨터와 책을 덮고 의자를 젖히고 눈을 감아 보는데

앞의 모니터에서 상영되는 영화 소리가 꽤나 시끄럽다.

이왕에 영화나 한 편 보며 기분전환을 하려 했는데

하필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속이 더 불편해졌다.

아내도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도 점점 신호가 오는 듯 했다.

 

어찌 어찌 잠이 들었는데

아내가 나를 깨웠다. 너무 힘들어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물도 따라주고 온 몸을 주무르고 해보지만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더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굴렀다.

 

일전에 우아라스에서 일행이 고산병에 좋다며 준 꼬까잎을 가방 속에서 찾아 꺼내어 먹더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아내가 다시 잠이 들었다.

 

휴 ~ 한숨 돌리니, 이제는 내가 힘들다.

머리는 묵직하고, 가슴은 답답하고, 속은 메스껍다.

시간은 왜 그리 안 가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 창밖으로 동이 터온다.

아내도 나도 어젯밤보다는 견딜만 하다.

 

커튼을 젖히니 안데스의 아침이 반긴다.

우리는, 안데스의 아침을 반가이 맞아 줄 만큼 개운한 아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진을 몇 장 찍어 본다.

 

 

 

그러고도 너댓 시간을 더 가 10시 반이 되어 꾸스꼬에 진입했다.

꾸스꼬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여행자들이 꿈꾸는 잉카의 수도이다.

꾸스꼬 라는 말 자체가 케추아어로 배꼽이라는 뜻이다.

 

안데스 산맥의 품 한 가운데 그것도 산지로 둘러 쌓인 분지로써 버스가 고개를 넘자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 그 신비감을 더한다.

 

 

 

 

버스에 내려 짐을 끙끙 메고 나오니

몸은 다시 천근 만근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얼른 숙소를 정해 쉬고 볼 일이다.

호객하는 택시에 일단 타고 흥정도 별로 못하고

중심 지역인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택시 기사가 호스텔을 추천하길래 잘 됐다 싶어 그리 가자고 했다.

아르마스 광장 근처라더니 높은 언덕 길 중턱에 내려 놓는다.

따질 기력도 없어 일단 오늘만이라도 머무르고자 체크인 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한참을 쉬고 방문을 열고 나아보니 전망이 끝내준다.

복도식으로 된 발코니 창문을 여니 꾸스꼬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꾸스꼬에 온 게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