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곳 훼잇빌 테크니컬 컬리지에서 운영하는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과정에 등록했다.
어제 저녁과 오늘 오전 합쳐서 3시간 넘게
레벨을 정하는 테스트를 했다.
읽고 답하는 거야 눈치로 대충 했는데
듣고 답하는 거는 어렵다. 도통 들리지가 않는다.
더불어서 이런 저런 인터뷰도 하는데
정확히 알아 듣고 이해하는게 아니라 눈치로 알거나
계속해서 쏘리와 어게인을 반복하며 더듬거렸다.
테스트를 마치고 다음주 목요일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시작된다고 하길래
이번 달은 여행계획이 있어서, 다음달 첫 목욕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간단한 대화를,
듣고 이해해서 다시 우리 의사를 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바디랭귀지(손가락랭귀지)가 동원됐고,
서로 연필로 종이에 쓰기까지 했다.
초중고, 대학까지 10년을 넘게 영어를 접했건만...
아... 이... 참담함이여!!!
한국 영어교육의 현실이여!!!
암튼, 원활하지 못한 인터뷰 중,
뚱뚱하고, 과도하게 차분하고, 상당히 친절한
전형적인 미국의 흑인 아줌마 선생님께서
날 보시더니 '핸섬' 하단다.
이거야 상당히 친절한 사람의 말이므로 인사치레임은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또,
왜 왔냐? 일자리는 구했느냐? 실직했냐? 묻는다.
우린 여행왔다. 그것도 장기로...
그랬더니 이 냥반 반응 아주 놀라워 하며 나보고 부자라고 난리다.
의외로 여권 보급율이 상당히 낮은 미국에서는
아주 부자거나 은퇴한 노인들만이 장기 해외여행하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어느 나라던 마찬가지일 듯 싶다.
그러면서 또 한번의 自問, '내가 잘한 짓일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 지 몰라서 더듬거리다 그냥 수줍게 씨-익 웃고 말았다.
난 졸지에,
한국에서 온 '잘 생기고 수줍은 젊은 갑부' 가 되어 버렸다.
'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 > 북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_02_09 미국_훼잇빌 : 늦춰진 출발 (0) | 2009.02.16 |
---|---|
2009_02_08 미국_훼잇빌 : 첫 예배 참석 (0) | 2009.02.16 |
2009_02_06 미국_훼잇빌 : 우리세대의 애물단지 '영어' (0) | 2009.02.10 |
2009_02_05 미국_훼잇빌 : 맑은 하늘, 평온한 마을 (0) | 2009.02.08 |
2009_02_04 미국_훼잇빌 : 가족의 재발견 (0) | 2009.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