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행의 반환점이자
일찌감치 약속이 되어 있는 시애틀.
오늘밤까지 당도하겠다는 일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흘 남짓 달려왔다.
막상 미국 땅을 가로 질러 오다 보니 좀 무리인 듯 했으나
어쨌건 처음 생각했던 일정에 맞게 오늘밤 시애틀에 도착했다.
어제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며
차분하게 좀 더 돌아보고, 특히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멋지게 사진에 담아보고도 싶었으나
어둠이 내린 금문교를 그냥 차로 건너는 것으로 만족하고 북으로 계속 달려야 했다.
여행이라는 게 항상 아쉬움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게 되고, 또 다시 짐을 꾸리게 되는 것일 게다.
이번 여행도 혼자 다닐때와 비교하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나마 미국을 일주할 수 있는 정말 귀한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면 동생네 가족에게 너무나 고마워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젯밤엔 서부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갈 수 있는 만큼 가보자는 생각으로 달려
도착한 곳이 유레카라고 하는 도시이다.
밤에 도착하여 대충 숙소만 정했을 뿐, 다른 정보도 인상적인 그 무엇도 없다.
그저 도시 이름만 인상적이다. 아르키메데스와는 별 관계가 없을 듯 한데
미국의 도시 혹은 마을, 길 이름들을 보면 사연이 있는 듯 하기도 하고
그냥 무작위로 지은 듯 하기도 하다.
우리가 모르는 이 도시의 배경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밤늦게까지 달려왔지만 아직 캘리포니아를 넘지 못했다...
이왕에 시애틀을 목표로 북으로 갈거면
해안을 따라서, 레드우드 국립공원과 캘리포니아 주와 오레건 주의
떼 묻지 않은 자연을 조금이나마 보면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달려 도착한 곳이 유레카이다.
유레카의 아침도 그다지 신선한 발견은 없었다.
주섬주섬 다시 길을 나선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큰 나무와 울창한 숲이 언뜻 우리나라의 수목원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몇 시간을 가도 국립공원이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모든 게 이처럼 크고 넓으니,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니다.
계곡을 흐르는 자그마한 강도 보는 자체만으로도 깨끗하고 시원함이 느껴진다.
무슨 광물질이 많이 포함되어서 그렇다는데 강물빛도 진한 연두색으로 독특하다.
여행을 통해 보는 명소들 중에는
문화유산이 있고, 자연유산이 있는데
자연유산 중에는 그랜드캐년과 같은 특별한 자연유산이 있는가 하면
레드우드 국립공원과 같은 글자 그대로의 자연적인 환경이 있다.
관광이라는 개념에서는 그랜드캐년과 같은 대단한 자연유산은
놀랍기도 하고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어쩔 수 없는 그 나라의 고유한 선물이다.
하지만 레드우드 국립공원과 같은 곳은 이전 세대에 물려받아
지금 세대에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잘 전해줘야 할 유산이라, 정말 부럽다.
얼마든지 우리나라도 가꾸고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미국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점점 드는 생각은,
짧은 역사의 문화적 전통은 일단 차치하고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대국으로서의(요즘 좀 문제가 많긴 하지만)
본이 되거나 부러움이 전혀 없으나 (오히려 큰 해악일 뿐)
엄청난 땅 덩어리 여기 저기 펼쳐져 있는 자연유산이야말로
가장 부러운 미국의 자산이다.
잠깐 잠깐 차를 세우고
삼림욕도 해본다.
나무가 내뿜든 피톤치드를 한껏 마신다.
정신이 맑아진다. 기분도 좋아진다.
어린아이처럼 뛰어도 보고 노래도 흥얼거린다.
동화가 삼촌 흉내를 내며 따라서 점프를 한다. 모두가 웃는다.
숲이 주는 물리적인 영향과는 또 다른 정신적인 효과일까? ㅋㅋ
계속 이어지는 북으로의 질주
갈수록 해는 기울고, 공기는 다습해지고,
태평양은 거세진다.
결국 밤 늦은 시간
예정대로 시애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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