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식씨 부부 덕택에 이틀밤을 편안히 보냈다.
나와는 전혀 친분이 없지만
웬지 이 집이 편안하다... 그만큼 동화네와 절친해서 인지 싶다.
오전에 동화네는 또 한명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두른다.
우리는 승식,서림 부부와 먼저 시애틀 관광에 나서기로 했고,
점심에 모두 합류해서 식사를 하고 모두 함께 또 이곳 저곳 다니기로 했다.
출발부터 아내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 노래를 부른다.
"웬 아 폴인 러브... 나나나... 나나... "
첫 소절만 가사를 붙이고, 그 뒤는 그저 흥얼 거릴 뿐이다.
익히 있었던 곡이지만,
'시애틀에 잠 못 드는 밤' 이란 영화에 삽입되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이어서 그런지,
마치 시애틀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되었다.
우리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 만나게 될 시애틀을 기대해본다.
Fremont 지역을 먼저 둘러 보기로 했다.
시애틀에서도 개성있는 분위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의아하게도 레닌 조각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레닌 조각 중 가장 파워풀한 이미지라고 한다.
대부분의 레닌 조각상이 책을 들고 있는 학자 이미지여서 희소성 있는 조각상이다.
이 조각이 여기 시애틀의 한 귀퉁이에 서있게 된 사연도 특이하다.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면서,
많은 레닌 조각상들이 파손되거나 끌려 내려졌는데,
이 것도 끌려 내려져 한 구석에 내팽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곳 시애틀 프레몬트 지역에 사는 한 사람이 지나가다 이 것을 보고
자비를 들여 여기까지 운반하여 이곳에 다시 세워 놓았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서부 도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동시에,
미국이란 나라가 이념적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와 자본주의의 보수적 체제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면엔 이런 다양성 또한 존재하고 인정된다는 사실에
쉽게 무시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마침 일요일,
프레몬트 일요 시장을 볼 수 있다.
규모로 보면 별 볼일 없는 벼룩시장이지만,
나름 전통도 있고 이 지역의 유명한 명물이다.
희귀하고 진기한 물건이 많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앤틱한 분위기의 물품들도 신기하고
틸로니우스 몽크와 비비킹의 먼지 묻고 낡은 레코드 판도 무척 반갑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유명한 조각 작품이 있는데,
서로 맘이 통했는지 그 조각상 옆에서 아내와 승식씨 부부가
내가 연출하려고 했던 의도를 알아서 포즈를 취해 준다.
이밖에도 길가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동화 되어 사진을 찍어 보니
또 하나의 작품이다.
조각가가 이런 걸 의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동화네 식구를 다시 만났다.
오늘 점심은 큰 맘 먹고 시푸드 뷔페에 갔다. 가격이 좀 세다.
선불로 가격을 지불할때 쓰리고 아팠던 마음은,
첫 접시를 다 비우기 전에 잊혀졌다.
시애틀의 가장 명물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소문만큼 별 다른 시장은 아니었다.
생선을 던지고 받는 유쾌하고도 건장한 청년들의 생선가게도
익히 TV에서 봤던 것 만큼 흥미는 없었다.
하지만 그 주변은 길거리 연주자들과 북적대는 사람들로 인해 활기에 넘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람이 붐비는 곳은
바로 스타벅스 1호점이다.
1912년에 세워졌다는데, 오래된 커피숍을 브랜드화 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키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던 미국에 있을 때던 스타벅스 커피숍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이 스타벅스 1호점이 나에게도 처음 들어가 보고 이용한 1호점이 되었다.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시애틀은
해안을 끼고 호수가 많아 항상 습하고 햇빛이 귀한 기후 때문에
커피의 도시라고 한다.
습한 기후와 커피 소비의 연관성이 깊을 줄이야...
시애틀에는 유명한 기업 3개가 그 본거지를 두고 있는데,
마이크로 소프트와 보잉사 그리고 스타벅스 이다.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보잉은 원래부터 유명했지만
스타벅스 1호점이 시애틀에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여기서 잠깐,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가 시애틀 근처 섬에 살고 있는데
배던 비행기던 가까이 접근하면 3번 까지 경고를 주고
마지막 경고를 무시하면 발포한단다. 믿거나 말거나...
밤이 다가오자
우리는 또 한분의 친구 가족을 방문하기위해
승식,서림 부부와 아쉬운 작별을 하였고, 시애틀과도 작별을 해야했다.
하지만 시애틀과의 작별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우리 부부만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 올랐다.
스페이스 니들 정상의 둘레로 원을 그리고 있는 전망대는
위와 옆이 모두 뚫려 있고 가는 철망만 있을 뿐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시애틀의 야경을 내려다 본다.
오늘밤은
설레임에 시애틀에 잠 못 드는 밤일까?
피곤함에 시애틀에 잠 잘 드는 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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