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출발이다.
아침 일찍 훼잇빌 공항으로 향한다.
물론 동생이 데려다 주었다.
항상 처음 출발은 걱정반 기대반 이다.
훼잇빌 공항에서 짐을 붙이고 수속을 한다.
역시나 버벅댄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는 안 늘었지만 눈치는 좀 늘은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짐 붙이는 데 돈을 내라고 하는 것 같다.
가장 싼 티켓이라서 수하물 서비스가 안되는 모양이다.
대충 알아듣는 척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듬거리니 비행기 티켓을 준다.
물론 15불도 지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짐을 줄여서 가방 하나만 들고 타는건데...
두 좌석씩 두 열로 나란히 14줄만 있는 소형비행기다.
기상 상태가 좋은 것 같은데도, 큰 국제선 비행기보다 흔들림이 심하다.
솔직이 좀 불안하지만 아내 앞에선 태연한 척 딴청을 피운다.
애틀란타 공항이다.
세계 최대라고 하는데
규모면에서 그러한 건지 공항 이용 비행기와 승객 수가 최대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크기도 크고 사람도 무지 많다.
뉴올리언즈 행 비행기로 갈아 타기 위해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므로 여기 저기 둘러본다.
무선 인터넷 표시가 있어 컴퓨터를 켜고 시도해 보니, 엥! 유료다...
뉴올리언즈 행 비행기는 그나마 조금 더 큰 비행기라 안심이 된다.
출발한 지 1시간 반을 지나니 내 예상대로 폰차트레인 호수 상공을 지나자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하는 폰차트레인 코즈웨이 브릿지를 보기 위해서다.
자동차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렌트가를 이용할 계획도 없으므로
일부러 이 다리를 건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상공에서나마 보려 했던 것이다.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를 잇는 다리들과 더불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면 뉴올리언즈 시내와 공항의 중간지점 쯤 된다.
즉, 거의 다 온 것이다.
루이 암스트롱 뉴올리언즈 공항이다.
공항 이름부터 시작해서 각종 조형물과 재즈 페스티벌 홍보 깃발들이
벌써 재즈의 도시임을 알려주고 있다.
택시나 호텔 셔틀버스가 1인당 편도 35불 이상의 비용이 드는지라 걱정했는데,
출발 전날 저렴한 노선버스를 알게 되어 그걸 타기로 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를 탔다.
다운타운에 내려서 구글맵으로 미리 익힌 감을 되살려 숙소를 찾아갔다.
난생 처음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별 다른 건 없었다.
첫날과 두째날의 숙소는 프렌치쿼터의 Chateau Bourbon Wyndham Historic Hotel 이다.
우리는 그냥 샤또 버번이라 부르기로 했다.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걱정반 기대반'은 '걱정 조금 기대 많이'로 바뀌었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대충 짐을 풀고 호텔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잠시 숨을 돌리고
루이지애나의 중심 뉴올리언즈, 뉴올리언즈의 중심 프렌치쿼터, 프렌치쿼터의 중심 버번스트리트
그 버번스트리트로 나간다. 숙소는 바로 버번스트리트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루이지애나는 미국 초기 개척시대에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 왕 루이의 땅이라는 의미로 루이지애나로 불리어졌고,
왕비던가? 누구의 이름인 오를레앙의 이름을 따서 뉴올리언즈(New Orleans) 가 되었다.
따라서 뉴올리언즈의 심장부인 이 곳이 프렌치쿼터로 불리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버번 스트리트는
당시 부르봉가의 이름을 따서 Bourbon Street 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흥겨운 거리가 또 있을까...
19세기 초, 한창 먼 원정으로 위세를 떨쳤던 나폴레옹이
전비를 마련하고자 이 곳을 미국에 헐값에 매각하면서 미국의 영토가 되었고
미국은 중남부, 나아가 서부를 개척하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시시피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저지대로써 플랜테이션 산업이 발달하였고
백인 농장주와 흑인 노예의 빈부의 차가 지금까지 뿌리깊게 남아 있는 곳이다.
이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고향에 대한 향수와 노예의 한을 승화시킨 음악이
유럽음악의 형식을 빌려 재즈라는 장르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흑인들을 크레올이라고 하고,
이 곳의 음식을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케이준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미국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계승해왔다고 한다.
이 모든게 프랑스 식민지시대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문화와 흑인문화가 어우러진 것이라 한다.
이렇듯 역사적인 사연을 품은 뉴올리언즈와 부근 지역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너무나 큰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뉴욕이나 라스베가스 보다도 오히려 더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뉴올리언즈는
그렇게나 많은 사연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민들은 백인보다는 흑인 비율이 많고,
특히 시내를 벗어나면 원래 그랬는지 카트리나의 상처인지
허름하고 온전치 못한 건물들 사이로 무표정한 흑인들만이 눈에 띈다.
시내는 주로 백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아시안들 조차 거의 없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일본 노인 서너명만을 봤을 뿐이다.)
백인들 중에는 프랑스 관광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자주 보인다.
뉴올리언즈가 품은 역사의 상기일까?
아직도 남아있는 프랑스 및 유럽풍의 분위기일까?
아니면 재즈의 울림일까?
여하튼 드디어 입성한 그 뉴올리언즈만의 독특한 향기에 취해 첫날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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