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4박5일을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이틀 밤씩 나누어 다른 숙소에 예약이 되어 있다.
먼저 이틀 밤을 샤또 버번에서 묵은 우리는
오늘 공항 근처에 있는 힐튼 호텔로 숙소를 옮겨야 한다.
어제의 숙취를 달래려 늦잠을 좀 자주고
짐 정리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샤또 버번을 나와 힐튼 호텔로 향한다.
샤또 버번 호텔은 기대 이상의 숙소는 아니었다.
차라리 좀 대중적인 Inn 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식사까지 주니 말이다...
나름 고급호텔의 분위기를 만들려 애쓴 흔적은 있으나
일반 Inn 과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큰 장점은 바로 위치이다.
프렌치 쿼터의 버번 스트리트 입구에 위치한 것이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큰 배낭을 메고 꽤 먼 거리에 있는 공항행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다.
무겁다.
나중에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짊어매고 계속 다닐 생각을 하니 암담하다.^^
도시 곳곳에 재즈 페스티벌을 알리는 깃발들이 꽂혀 있고,
중심 거리는 언제나 활기에 넘치지만,
카트리나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 지, 고단한 삶에 지쳤는 지,
정류장마다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굳어 있다.
나머지 이틀밤을 보낼 공항 바로 앞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이 곳은 기대 이상이다.
호텔 주변이나 방 내부나 고급 호텔 같다는 느낌이 바로 든다.
물론 프라이스라인닷컴을 통해 보통 Inn 에 머무는 것과 비슷한 비용을 치뤘지만
처음 경험하는 고급 호텔이다.
시내까지의 교통편을 걱정했으나 확인해 보니 버스 한 노선이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침대에 팽게치고는 다시 시내로 향한다.
역사적인 재즈페스티벌이 지난 주말에 이어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다.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페어그라운드로 일단 갔다.
원래 계획은 오늘과 내일 두번의 재즈 페스티벌 참가였는데
혹시 몰라 하루치만 예매를 해왔다.
입구에서 조금 망설이다가 내일 집중적으로 참가하기로 하고
오늘은 발길을 돌려 프렌치 쿼터로 다시 가기로 했다.
비용을 아껴보고자 첫날은 김밥을 싸서 먹었고
전기포트를 가지고 다니며 숙소에서 물을 데워 컵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는데,
오늘만은 괜찮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익히 굴 요리가 유명하다는 소문도 들었고,
가이드북이 적극 추천했으며
어제 돌아 다니다가 본 식당 중에 줄을 가장 길게 섰던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ACME OYSTER BAR 이다.
생굴 12개와 포호이라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그 명성 그대로 정말 맛있었다.
샌드위치의 경우 야채는 물론 튀김 새우와 튀김 굴이 가득했고
굴 자체는 한국보다 크지만 맛에서는 낫다고 할 수 없었는데
그 소스의 맛과 향은 정말 일품이었다.
어젯밤, 최고의 감동을 받았다고 얘기 나눈 우리는
간사하게도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감동이라고 정정한다.
물론 식사가 끝날때 까지만...ㅋㅋㅋ
늦은 점심을 너무 맛있게 배불리 먹은 우리는
프렌치 쿼터를 도보 투어하기로 했다.
어제, 그제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프렌치 쿼터를 누비고 다녔지만
오늘은 가이드 북을 펼쳐들고 골목 골목, 건물 건물을 확인하며 다녔는데
마치 부동산에서 집 보러 다니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닌게 아니라 이 곳에서 집을 얻고 짧게 나마 생활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리의 연주자에게 1불 짜리 하나 던져 주기도 하고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그 중 유서 깊은 주택을 가려 사진에 담아 보고
가이드북이 알려 주는 내력도 읽어 보고
그저 산책하듯 아내와 나란히 걷는다.
우리처럼 프렌치 쿼터를 산책하듯 도보 투어하는 커플이 참 보기 좋다.
우리도 그들처럼 보여지길 바래 본다.
그렇게 2시간을 걸어 다녔던 우리는
배불리 먹은 점심의 기억은 싹 잊은 채
다시 카페 드 몽드에 앉아 카페오레와 베녜를 먹으며
어제 그 무명 밴드의 음악에 심취한다.
그들이 이 자리를 전세낸 듯 매일 공연을 벌리는 것 같다.
그들과 카페 드 몽드와의 공생관계가 의심된다.^^
만일 이 곳에서 집을 얻고 생활한다면
하루에 한 끼니만 이 곳에서 3-4불로 해결하면서
오후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프렌치 쿼터를 어슬렁 거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하루 이틀이라면 몰라도 어떻게 계속 그럴 수 있냐고 하겠지만
난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유유자적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아마도 집시나 한량의 피를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적게 먹는 게 가능할까? ㅋㅋㅋ
도보 투어의 종착지는 뉴올리언즈 대성당이 우뚝 서 있는 잭슨 스퀘어 앞이다.
점쟁이들과 연주자들, 걸인들과 경찰들, 주민과 관광객들이 서로 엉켜
서로가 서로를 구경하고 있다.
잭슨 스퀘어 광장은 공원과 이어지고
이 공원 뒤로는 미시시피강변에 문워커라는 산책로가 있고
그 곳으로 넘어가는 곳에 작은 언덕같은 계단이 있는데
그 위에서 바라보는 잭슨 스퀘어 공원은, 사진으로 아무리 찍어봐야 소용없는
내 기억속에서 오래 간직될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일찍 끊기는 관계로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버스 창밖으로 재즈 시티라는 간판이 빼꼼히 보인다.
순간, 아내 눈치를 쓰-윽 본다.
이내, 아내가 안된다는 듯 바로 인상을 쓴다.
누가 뭐랬나 ... 쩝 ...
버번 스트리트에서의 환락의 밤(?)은 한번으로 족하다. 아쉽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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