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왔는데
서로 몸이 안 좋은 상태라 별 감흥 없이 왔다.
사실, 페루와 볼리비아는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지녔고
같은 잉카 문명하에 있었고, 인종 구성도 비슷하고, 언어 또한 같으니 다른 나라로 넘어왔다는 실감이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다른점도 있는 것 같다.
하루만에 뭔가 확연한 점을 찾은 건 아니지만
라파스와 코파카바나의 길을 돌아 다녀 보니 볼리비안 사람들이 조금 더 순박하고 무뚝뚝한 것 같다.
페루에선 흥정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곳에선 흥정이 잘 안된다.
택시기사도 탈려면 타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사려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에누리를 붙인다는 자존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는 순수함이 보이기도 한다.
라파스에서 묵었던 로키 호스텔의 부담스러운 가격때문에
오늘 이 곳에 짐을 맡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티티카카 호수변에 위치한 코파카바나로 간다.
페루에서 푸노를 거쳐 육로 이동을 했었다면 당연히 거쳐왔을 곳인데
비행기를 타고 바로 라파스로 왔기 때문에 다시 거슬러 코파카바나로 가는 것이다.
3시간 쯤 버스를 타고 가니 티티카카 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 설산 또한 펼쳐진다.
설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걸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라는 말이 실감난다.
갑자기 버스에 승객들이 모두 내린다.
여기가 코파카바나 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면서 뭐라 뭐라 설명해주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어리둥절 두리번 거리다가 이유를 알았다.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야 하는데, 버스는 버스대로 건너고 승객들은 따로 보트를 타고 건너야 하는 것이다.
아직 다리가 없어서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재밌는 경험이다.
보트로 호수를 건너 다시 버스에 올라 1시간여를 더 간다.
멀리 보이는 만년설에 덮인 고봉과 티티카카호수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코파카바나가 보인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마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단 자기들의 땅임을 알리고자
마을 규모에 맞지 않는 거대한 성당을 먼저 세웠다고 한다.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얼른, 허름하지만 저렴한(40볼, 6천원) 숙소를 잡아 짐을 놓고
호숫가로 나갔다.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어제까지 머물렀던 페루가 있는 저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노을이 짙게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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