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남미

2009_07_17 칠레_라세레나 : 우리에겐 겨울 휴양지

에어모세 2009. 7. 28. 10:09


라세레나는 처음 계획에는 머무를 계획이 없었다.


7월21일에 산티아고에서 이스터섬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볼리비아에서 칠레 산페드로아타카마로 넘어 온 다음, 산티아고를 향해 가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한 두 군데 들러가자고 해서 머무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건조한 고원지대에서 메말랐던 몸을 촉촉하게 습도가 풍부한 해안 마을에서 쉬게 해줬고,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이 정상적으로 되는 것을 확인했고,
맛있는 해산물과 스테이크에 와인까지 맛보고
친절하고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준 숙소에서 편안히 보낼 수 있어서
산페드로아타카마에서 접했던 부정적인 칠레의 이미지를 바꾸게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며칠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는 내려가야한다.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시내도 돌아보고
이스터섬 들어갈 준비도 해야한다.


12시 체크아웃 시간까지 정원에서 쉬면서 인터넷도 하고 늑장을 부리며 짐을 꾸렸다.

 

밤차를 타야하니, 저녁에 찾으러 오겠다며 짐을 맡기고 숙소를 나섰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와서 음식도 해먹고 차도 마시며
쉬었다 가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마지막까지 보여 준 친절에 감동했다.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다.

 


먼저 버스터미널로 가서 산티아고행 버스를 예매했다.
밤 11시 45분에 출발해서 내일 아침 6시30분에 도착이다.


라세레나 해변으로 나갔다.
거리가 제법되지만 무거운 짐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 슬슬 걸어가 본다.
시간은 꽤 걸렸지만 길 양쪽으로 아름드리 야자수가 줄 지어 서있고
저 멀리 높다란 등대가 낮에도 우리의 방향을 잡아준다.

 


바다다. 태평양이다.
칠레 서해는 한국의 동해와 맞닿아 있다. 물론 지구 반대편이긴 하지만...^^
바다 건너 한국의 가족들을 힘차게.. 아니 속으로 조용히 불러본다.
메아리처럼 파도 물결만이 계속해서 되돌아온다.

 

 


여름에는 칠레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라지만,
가족끼리 한 때를 보내는 이들과 해안을 말을 타고 가는 이들의 모습이,
겨울이라 그런 지 차분하고 한가로워 보인다.
라세레나는 우리에게는 겨울 휴양지다.^^

 


다시 시내로 들어왔다.
이번엔 동쪽 언덕배기에 올랐다.
경사가 완만하고 집들이 빼곡해,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조금만 모습을 드러낸 바다와 구름 사이로 해가 빛난다.
하루 종일 구름에 숨어 있던 해가 바다로 들어가기 전 잠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렇듯,
내 눈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관이지만, 사진 속 모습은 별로일 뿐이다.
사진기 메모리에 담아놓고 꺼내 보면 뭐하나,
내 마음 속에 담아놓고 두고 두고 기억해 내면 되지.. 생각하며
나의 부족한 사진 찍는 기술과 감각을 변명한다.


어두어진 거리 노천 카페에 앉아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오히려 낮의 거리보다 더 활기 있는 밤의 거리다.

 

 


밤이 깊어지고 이제 더 할 일이 없어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차를 마시며 쉬다가 다시 짐을 메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겨울을 맞은 휴양도시의 평온함과 숙소 아주머니의 푸근함으로 기억될
라세레나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 뒤로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