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일이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다.
미국에서 나온 이후로 처음 가보는 한인 교회다.
교회 이름이 소망교회이다.
노고가 상당히 많으신(?) 우리 이명박 장로님께서 다니시는 서울의 소망교회가 떠올랐다.
무슨 관련이 있나 궁금해 진다.
누구는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했다는데,
이 곳 분들께서는 제발 산티아고까지 바치겠다고 나서지는 마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우리가 한번 들르고 떠날 여행자임에도 교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 애찬에 함께했다.
서로 더 먹으라며 밥과 반찬을 챙겨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세 그릇을 해치웠다.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듬뿍 받았다.
한편에서는 남자분들이 식사를 하면서 얘기 꽃이 활짝이다.
사업 얘기가 정치 얘기로, 칠레 얘기가 한국 얘기로 넓혀졌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한 분이 자신의 사업이 환경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듯 하다.
피노체트와 박정희를 들먹이며 모든 일은 강력한 힘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며 흥분하시고는
이명박 장로님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셨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한국인의 정을 느끼게 해 준 그 분의 일이 잘 안되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그 분의 생각에는 섬뜩함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인의 정으로 따뜻해진 내 마음은 순식간에 얼어 붙고 말았다.
그렇게 힘의 관점에서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의 관점에서,
그것이 삶의 원리가 된다면 그것이 사회구성의 원리가 된다면,
도대체 우리 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
서글프다...
아직도 그 생각에 허우적대는 보수적인 한국사회가...
산티아고는 박물관의 도시라고 불리울 정도로 좋은 박물관이 많은데
게다가 일요일은 무료라고 하니, 오늘은 우리가 정한 박물관의 날이다.
처음 찾은 곳은 신대륙 발견 이전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프레 콜롬비아 박물관이다.(Museo Chileno de Arte Precolombino)
마야, 오르메카, 잉카문명 등
콜롬비아의 신대륙 발견 이전의 원주민의 역사로 채워져있다.
다음 차례는 아르마스 광장에 접해 있는 칠레 역사 박물관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착한 이후 부터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때부터 칠레 독립, 나아가 칠레 근현대사가 정리되어 있었다.
아옌데의 사망 당시 마지막 쓰고 있던 안경이 가슴 저린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은 주말을 맞아 벼룩시장이 들어 섰다.
헌 책 부터 시작해서 역사적인 사진들까지, 특히 1973년 쿠데타 사진 등
수많은 사료들이 상품으로 진열되어 수집광들을 유혹한다.
아옌데와 카스트로 부터 마이클잭슨 까지 그 다양함에 놀라울 뿐이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까지 곁들여져
거리는 북적이지만 여행자의 눈은 즐겁기만 하다.
한 노점의 좌판에는 아옌데와 피노체트가 나란히 기념품으로 등장해 있다.
아무리 치열했던 역사도, 시간이 흐르고 흘러, 기념품으로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도, 오늘의 역사도 훗날에는 이렇듯 기념품속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겠지 하는 무상함에 젖는다.
현재, 다른 남미 국가들보다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는 칠레인들에게는
비극도 희극도 모두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으로 추억 되어지고 있다.
발 길을 돌려 국립 미술관(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으로 향한다.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이룬 칠레의 다양한 예술 세계가 오롯이 담겨있다.
현대적 감각의 예술세계가 펼쳐져 있다.
과거 여행을 한, 오늘 하루의 역사는
또 어떻게 기록되어지고 어떻게 전시되고, 또 어떻게 기억될까?
그걸 돌아보는 후예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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