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슈피스케포드라디에서 슈피 성을 본 후,
바로 코시체(Kosice)로 이동해 저녁에 돌아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제 좀 느즈막히 나선데다가 슈피스 성을 돌아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코시체는 포기하고 그냥 레보차 숙소로 돌아왔다.
대신,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저렴한 이 곳 마트에서 장을 봐서 저녁을 해먹었다.
2유로(3600원) 짜리 화이트 와인도 한 병 마셨는데
혀가 둔한 내 입에도 상당히 괜찮은 맛이었다.
이 곳이 작은 마을이어서,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가기 위해 좀 더 큰 도시로 가려했다가 레보차에 거점을 두었던 것은
친절한 멜린 아주머니가 여기에서도 브라티슬라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이다.
오늘 서둘러 짐을 챙겨 나오는데
현관 밖까지 나와 한참 동안 손을 흔들며, 건강하게 여행 잘 하라며 인사하는
멜린 아주머니와의 작별이 유난히 아쉽다.
버스를 탔다.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싸다. 거기다 학생 할인까지 받았다.
그저께 폴란드에서 슬로바키아로 이동할 때 넘어 왔던
타트라 산맥이 구름에 가려 신비한 자태를 드러냈다.
버스 요금도 많이 아끼게 되었고 차창밖 풍경도 멋있으니 기분좋게 출발했더랬는데...
주 도로를 달려가나 했더니,
마을만 나오면 마을로 들어가 사람을 태우고 내려준다.
흔히 말하는 완행버스다.
어쩐지 요금도 싸고,
우리가 브라티슬라바 간다고 하니까 운전사 아저씨가 조금 의아하게 쳐다 보더니만...
지도를 보니, 대충,
이제 고작 5분의 1쯤 왔는데 두 시간이 흘렀다.
예상한 시간보다 두 배는 걸릴 것 같다. 휴 ~ ~
장거리 버스는 주로 야간을 많이 이용해서 타왔다.
불편하기야 하지만 숙박비도 아끼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아주 효율적이다.
그래서, 가끔, 낮 시간에 장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경우에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잠을 밤 시간처럼 길게 잘 수가 없어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어쩌랴... 그렇다고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탈 수도 없고...
생각을 바꿔보자!!
다른 유럽나라와 마찬가지로 슬로바키아도 주요 도시만 들르게 되는데
오늘 이 버스를 타고 슬로바키아의 구석 구석을 누비게 된 것이다.
버스가 출발한 레보차는 동부 지역에 속해 있고,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오스트리아 국경에 접해 있는 서쪽 끝이니
완전히 슬로바키아를 가로질러 횡단하는 셈이다.
도시라 일컬을 만한 제법 큰 도시도 보고 그 도시민의 모습과
공장지역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느 도시에는 우리나라 기아자동차 공장도 있다고 한다.
시골 마을에서는, 기름을 얻기 위한 광활한 해바라기 밭과 다른 곡물 밭,
수많은 소 떼들과 초지들이 펼쳐져 있다.
강에서는 아저씨들이 낚시를 하고 있고
천천히 산책을 하는 노인들과 데이트에 열중인 연인들,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아이들...
어디에나 있는 모습이라 할 지라도
버스를 타고 구석 구석 누비며 직접 눈으로 보는 느낌은 다른 것 같다.
점심시간 쯤 되자
이번에는 차를 아예 장시간 세워 놓고 운전사 아저씨는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도 준비한 도시락을 벤치위에서 먹었고
다른 승객들도 근처 식당을 찾아 식사도 하고 커피나 맥주를 마셨다.
완전히 슬로바키아 횡단 버스 투어인 셈이다.^^
슬로바키아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체코와 한 나라였다.
학교 다닐 때, 지리 역사 시간에 들었던 체코슬로바키아 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 익다.
처절한 과정을 거쳐 나뉘어진 옛 유고와는 달리
이 두 나라는 조용하게 합의 이혼한 셈이다.
( 관련된 영화를 보고 왔으면... 하는 얘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여행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오는 것이다.
특히 최근까지 그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의 현장이었던 동유럽의 현대사는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에서 역사 공부까지... 아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 진다면 정말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 )
체코는 엄청난 관광객들이 북적거리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그렇고 여러 가지면에서 발전해 가고 있는데
슬로바키아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가 자꾸 떠올라서 그런지 슬로바키아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아직 때가 덜 묻은 듯 한, 순수하고 순박함을 지니고 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마침내 오후 7시가 되어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시내를 한바퀴 돌아 봤다.
역시 성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브라티슬라바 성이 도시 한 가운데 우뚝 서, 그 역사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고,
도나우강 위의 유에프오 다리가 현대적인 면모를 뽐내고 있다.
역시나 화려한 시내를 가로 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여니 도시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15층 높이가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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