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09_27 슬로바키아_브라티슬라바 : 샤라포바와 석호필 대신에...

에어모세 2009. 10. 11. 19:56


슬로바키아는 체코 및 다른 유럽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이 곳을 여행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듯 하다.


여행 정보를 찾는 중에 눈에 띄는 것 중, 재미난 것 하나가
이 곳은 미남 미녀들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론리 플래닛 슬로바키아 편, 유명한 것(Famous for) 란에는
아이스 하키와 미녀라고 되어 있다.


한국의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 갔더니
어떤 이가 재밌는 표현을 해 놓았다.
슬로바키아에는 샤라포바가 커피 주문을 받고 석호필이 트램을 운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슬로바키아의 지방 마을에서는 몰랐는데
역시나 수도답게 브라티슬라바에 오니,
석호필은 안 보이지만 여기 저기 샤라포바는 눈에 띈다.
괜시리 기분 좋아 나도 모르게 히죽히죽 나오는 웃음에,
나를 보는 아내의 매서운 눈초리가 따갑다. ㅋㅋㅋ

 

 

어젯밤 잠깐 멀리서 보았던 성에 올랐다.
지금의 터키, 오스만 투르크가 헝가리를 점령하자
헝가리 왕가가 피신하여 이 성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슬로바키아라는 나라로서가 아니라
합스부르크 제국, 혹은 그 뒤를 이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소속된 작은 부족이었을텐데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마다
강대국들의 충돌때문에 약소 민족들의 애꿎은 피해는 계속되었던 것 같다.

 

 

성에서 내려다 보니
도나우(다뉴브) 강이 브라티슬라바를 가로 질러 흘러가고 있다.

 

 

 
도나우 강은 독일에서 발원하여 레겐스부르크를 통과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라는 곡이 탄생한 오스트리아 비인을 지나,
이 곳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를 가로 질러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계속해서 향해 가는데,
더불어, 유럽의 낭만적 이미지를 함축하며 흘러 가고 있다.


우리는 상류를 바라보며 오스트리아 비인을,
하류를 바라보며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상상하며 기대해 본다.

 

 

 

 


여행의 동기는 아마도 이런 상상과 기대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동해를 보며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서해를 보며 아시아와 그 너머 유럽을,
상상과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우리의 여행이지 않았던가...

 


시내를 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이 곳에서 우리의 숙소는 호텔이다.
우연히 찾게 된 저가 호텔인데 도착해 보니 대규모 호텔이다.
아마도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큰 건물이지 싶다.
14층에 머물고 있어 전망은 좋지만
저렴한 만큼 그리 청결하진 못하고, 시설도 많이 노후됐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유난히 중국인들이 숙소 주변에 눈에 띈다 했더니
오늘밤 대대적인 중국인들의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많은 중국인들을
유럽에서도 외곽진 이 곳에서 볼 수 있다라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호텔 건물이 떠나갈 듯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고,
호텔 입구에선 도시 전체가 떠나갈 듯 폭죽을 터뜨린다.


다음 여행지 정보와 이동 정보를 얻기 위해
무선 인터넷이 되는 로비에 나와 있는데...

무서울 정도다.


짧게 자른 머리의 중국인 남자들과
요염한 옷차림의 중국인 여자들 그리고
호텔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중국인 아이들...


몇몇 서양인들이 눈살을 찌푸리자
우리도 중국인들과 일행으로 보여질 지 모른다는 생각에
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과 다른 사람들이라는 걸 애써 표현했다.^^


남미에서도 그렇고 유럽도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이 없는 곳은 없다.
세계 구석 구석 단단히 다져진 중국인 커뮤티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정착민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행객의 수도 한국과 일본을 서서히 앞지르는 듯 하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련히 들리는 그들의 축제 소리가, 아니 소음이,
이제 곧 세계 곳곳에서 발휘되는 중국의 실체가 도래함을 알리는 듯 하다.

 

 

오늘 하루 이 곳에서,
미남 미녀들 대신에 아름다운 성과 도나우 강, 도시 풍경에 압도 당했고
샤라포바와 석호필 대신에 중국인들에게 압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