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기대했던 그리스 패키지 여행이 무산됨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 지 고민이다.
사실 난, 그리 쉽게 생각대로 되긴 힘들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내는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힘든 고생을 하면서 다녀서 그랬는 지
데려다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자신은 해변에서 푹 쉬는
우아하고 편안한 패키지 여행의 기대를 한껏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이 곳 부다페스트에서 그리스 여행상품이 있는 지 알아보고
다른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도 보고, 머리를 쥐어 짜 본다.
결론은 쉽게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자꾸 간다.
벌써 점심때가 지나 오후로 접어 들었다.
이러다가 부다페스트에서는,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고민만 하다 보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일단 숙소를 나왔다.
배가 심히 고프니, 숙소 스탭에게 물어
헝가리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갔다.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다시 다른 식당을 찾아 다니기도 뭐하고
헝가리 전통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해서 그냥 먹기로했다.
굴라쉬라고 하는 스프를 먹었는데 그 모양과 맛이
한국의 육계장과 흡사하다.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헝가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추, 파프리카가 아주 유명하다.
이 파프리카를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고추가루와 거의 같다.
따라서 헝가리 음식이 우리 입에 아주 잘 맞는다.
우리가 5-6천원 주고 찌게백반을 먹 듯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현지식당을 가고 싶었는데
이 곳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화된 헝가리 전통음식점인 것이다.
하긴, 서울 인사동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정식집도 비싸긴 하지..
숙소 우리 방 바로 앞에는
불후의 재즈 넘버 '세인트 토마스(St. Thomas)'를 연주한 소니 롤린스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동유럽이 클래식 뿐만 아니라 재즈도 수준이 높다고 한다.
오늘 길을 다녀 보니 미국 유수의 재즈나 팝가수들의 공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밤에는 재즈클럽에서 재즈가 연주되고
낮에는 곳곳에서 힙합음악을 비롯한 미국의 팝음악이 흘러 나온다.
전통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값비싼 비용과 미지의 입맛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지만
흔하게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는
비용과 입맛의 관점에서 접근하기가 쉽다.
세계 어디를 가도 그 곳 사람들이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먹고 마시고
스타벅스에서 약속을 잡고
재즈가 연주되고 미국의 팝음악이 흘러 나오고
젊은이들은 온통 힙합 스타일로 치장하고 있다.
이렇듯 온 세계가 미국식 문화에 젖어버려, 이제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을 먹거나 그 나라 고유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마치 박물관이라도 관람하듯
특정 공간에서 상품화된 것을 접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미국에 집중된 힘은, 러시아 중국의 등장으로 예전에 비해 약화 되었고
경제적으로 또한 전세계가 중국 제품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고
전통적인 경제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이 건재하고
삼성, 엘지, 현대로 대변되는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성장으로 다극화 되었지만
오랜동안 누리던 팍스 아메리카의 위세는
이제는 문화적인 혹은 생활관습적인 측면에서 뿌리 깊게 나타나고 있다.
오늘 하루 별로 한 것도 없이 이런 저런 생각만 많았다.
그렇게 게으른 낮을 보내고 한 것도 없이 밤이 왔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구경하러 나갔다.
소문대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멋있다.
페스트에서 바라 보는 부다 성의 모습도 멋있고
부다에서 바라 보는 페스트의 야경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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