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한국의 추석이다.
인사도 드릴 겸, 집 생각도 나고 해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동생은 오래전 부터 미국에 있고, 우리도 이렇게 장기간 나와 있으니
쓸쓸한 명절을 보내실 부모님 생각에 맘이 좀 그렇다...
몇몇 지인과 친지들과도 잠깐씩 통화를 했다.
작은 아버지들이 모여 회를 드시고 있다고 하니
이것.. 참... 입에 침이 고이고 정말 고향 생각 간절하다.^^
다른 음식이야 구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구해지지만 회는 쉽게 접하기가 힘들다.
페루에서 한번 먹어 보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보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이 숙소에는 유난히 한국인 젊은 여행자들이 많다.
그동안 동유럽을 타고 내려 오면서는 거의 만날 수 없었는데
이 곳에서 한꺼번에 여러 명을 만난 것이다.
서유럽쪽에서 온 친구들과 중동쪽에서 온 친구들이다.
어제 저녁에는 모여서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우리 부부외의 사람들과 한국말을 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아내는 더욱 신이 났다.
출신 학교, 주 활동 무대, 또래 등등 호구 조사하듯 맞춰 나가다가
혹시나 작은 연결고리라도 발견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 XX 학교 나왔어요.. ", " 내 아는 사람도 거기 나왔는데.."
" XX동에 살아요..", " 나 그 동네 자주 지나가는데.."
ㅋㅋㅋㅋㅋㅋ
그만 좀 하라고 하려다가
어린애 처럼 좋아라 하는 모습에, 그냥 말았다.
오늘 소피아 시내를 둘러 보는데
어디가나 시장은 활기가 있고, 관광지 보다는 그나마 현지인들의 실제 생활을 엿 볼 수 있다.
때가 때이어서 그런지 파는 물건들 중에 야채, 과일등이 눈에 띈다.
특히 우리나라와 똑같은 밤과 여러 과일들을 보니
이맘때쯤 우리의 재래시장이 생각난다.
시장을 나와 계속 시내를 돌다
시내 중심부에 한 교회에 들어갔다.
무슨 행사가 있는 지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고 안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기웃거리니까
안내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란다.
지금 이 곳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성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즐겁기도 한 결혼식에 흥미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많은 하객이 몰려 북적대진 않지만
참석한 가족과 하객들이 초를 들고 주변을 둘러 지켜보고 있고
신부님이 이런 절차로 진행하며 기도하듯 뭔가를 말하면
이층에 성가대가 노래로 화답한다. 그 노래가 성당 특유의 울림을 타고 성스럽게 울려 퍼진다.
구경하는 이들도 그렇고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이 될 것 같다.
누군가 한국의 결혼식을 결혼식장이라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30분 정도의 간격으로 한 쌍의 부부가 만들어져 나오는 예식장이라는 공장...
전통적인 방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서양식도 아닌, 국적불명의 예식.
차라리 온 동네 사람 한데 모여 시끌벅적한 마을 잔치 같으면 좋으련만
진정한 축하의 의미가 아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한 의무, 그래서 예식 보다는 식사메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오늘 내가 본 결혼식은
물론 종교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
그들을 축하하는,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진지함과 성스러움으로 충만한 결혼식이었다.
우리가 애써 이들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똑같이 따라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1년전, 나라고 별 수 없는 과정을 거쳐 결혼식을 했었다.^^
그 때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이래 저래 고향생각에 젖은 하루
그리스 아테네를 향하는 야간버스 차창밖으로도 휘엉청 둥근 달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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