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유럽

2009_10_20 벨기에_브뤼헤/브뤼셀 : 유쾌한 베티나 할머니와 수줍은 박마담

에어모세 2009. 11. 2. 17:42

 

아침에 일어나 방 창문을 열어 젖히니

다행히 화창한 날씨에, 골목이 참 이쁘다.

( 나중에 사진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미니어쳐 장난감 마을같다는 생각이 든다. )

 

 

숙소 주인 할머니의 이름은 베티나 이다.

어찌나 유쾌하신지...

어제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 한 시도 쉬지 않으시고 유쾌한 수다를 쏟아 내신다.

 

오늘 아침식사 중에도

계속해서 브뤼헤 마을부터 플랑드르 지역, 더 나아가 벨기에의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신다.

 

오랜동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왔고, 고난의 역사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포용하며 부를 누려왔단다.

 

베티나 할머니 또한 불어와 네덜란드어는 당연하고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까지 유창하시다...

 

우리가 남미 여행을 3개월 하고 왔다고 하니

유창한 스페인어로 대화를 이어 가신다.

그냥 멍하니 웃을 수 밖에... ㅋㅋ

 

참 유쾌하고 재밌으신 베티나 할머니는

아내를 마담이라고 부른다.

대화 중에 나보고, 마담 어디 아퍼?  마담 괜찮아?  계속 물으신다.

 

원래 아내는 나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여행와서는 외국인과 대화할때 자꾸 나를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빠진다.

하여, 그들에게 아내는 수줍은 사람으로 보이거나 어디 불편해 보이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인을 만나면 그 참았던 것이 터져 나온다. ㅋㅋㅋ

 

 

유쾌한 베티나 할머니의 훌륭한 가이드를 미리 받고

수줍은 박마담과 브뤼헤를 본격적으로 돌아 본다.

 

 

 

 

 

 

 

벨기에는 스위스와 더불어 초콜렛으로 아주 유명한데

브뤼헤 시내 곳곳에 초콜렛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조카 동화를 비롯해 주변에 사다 주고 싶은 이들이 워낙 많지만

어찌 들고 다닌단 말인가... 소포로 붙이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나중에 한국 가서 그 마음만 전하자.. 모두 이해 하시겠지^^

 

 

 

끝으로, 베티나 할머니가 브뤼헤의 하이라이트로 강추하신 공원에 들렀다.

지금 막 그림 속에서 튀어 나온 듯한

혹은 그림 속 장면을 그대로 재연한 듯한

글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 왔다.

여행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임에도

헤어지는 건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내가 십년 후 예약을 지금 미리 해둔다고 하니,

그땐 아마도 지팡이를 짚고 맞이 하겠지만 잘 알았다고 하며

끝까지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귀여운 베티나 할머니...

 

아쉬운 마음에, 오늘은 잊지 않고

수줍은 박마담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남겼다.

 

 

 

1시간 여 기차를 타고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로 이동했다.

내리자 마자 유명하다는 와플을 하나씩 먹었다.

 

 

 

우리는 브뤼셀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말고

그랑쁠라스만 둘러 보고 네덜란드로 올라가 바로 스위스로 가기로 했다.

 

그랑쁠라스와 더불어 브뤼셀의 또 하나의 명소인 오줌싸는 소년 동상은

소문과는 달리 작고 썰렁하지만 그걸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이 오히려 더 볼거리다.

 

빅토르 위고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했다는

그랑쁠라스는 여전히 그 위엄과 그 명성에 걸맞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네덜란드로 올라가 암스텔담에 당도하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먼저 스위스 쮜리히 행 야간 열차를 예약했다.

역시나 일반 의자를 타고 간다.

이제는 아내가 더 강하게 나온다.

슬리퍼(2인 침대칸)와 쿠셋(4-6인 침대칸) 얘기 꺼냈다가 아내에게 야단만 맞고는 바로 의자를 예약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시 자체를 방문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독일과 스위스로 가는 야간 열차를 타기 위한 교통의 요지로 사람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마약과 매춘이 합법이고, 동성 결혼이 허용된 개방적인 곳이지만

나름의 질서와 매력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얼마 전에 공장이 이전했다고 하지만

하이네켄의 도시로 오랜동안 알려져 있었기에

기념(?)으로 한 캔 사서 마시고

남은 기차시간 까지 암스테르담을 돌아 본다.

 

박마담을 더욱 수줍게 만드는,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어 버린 홍등가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암스테르담의 화려한 밤은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