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일반적인 의자 좌석이면 괜찮다.
침대칸과 쿠셋이 아닌 야간 열차의 일반적인 좌석은 컴파트먼트 라고 해서
한 방에 6좌석 있어 6명이 서로 마주보며 가게 되는데
여러모로 불편하고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짐과 사람이 엉켜 마치 짐칸 같기도 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약간 불안하기도 하여 짐을 함부로 선반에 올리기가 좀 그래서
끌어 안고 자려니 영 잠자는데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불편함 속에서도 하룻밤 잘 참아 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
다음부터는 침대칸이나 쿠셋을 이용하자고 했더니
돈이 얼만데 그러냐고 오히려 나를 나무란다.^^
유레일 패스가 있더라도 야간열차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더불어 예약비를 내야 하는데, 그 예약비가
컴파트먼트의 좌석이던 일반 좌석이던 의자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개 1인당 3-10 유로 정도인데
쿠셋은 30 유로 안팍, 침대칸은 100유로가 넘어간다.
지나치게 돈을 아끼려다가, 또 야간이동을 자주하다가,
그렇게 고생하며 몸이라도 축나면 더 손해라는 것을 잘 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을......
아내를 위해서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눈앞의 선택의 순간에는 그게 잘 안된다.
요즘은 아내가 한술 더 뜬다. ㅋㅋㅋ
네덜란드 암스텔담에 아침 9시경 도착하는 열차이긴 하지만
7시 쯤, 일부러 독일 뒤스부르크에 내렸다.
이 노선상에 독일의 주요 도시가 몰려 있다.
위에서 아래방향 순서대로 뒤스부르크, 뒤셀도르프, 쾰른, 본 이러한 도시들이 늘어서 있고
각 도시간 기차 소요 시간이 2-30분 정도이다.
뒤스부르크에서 반대로 가는 기차를 타고 쾰른에 내리니 비로소 아침이 밝아 온다.
그리고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어, 너무나 유명한 고딕양식의 가장 대표적 건축물인
바로 쾰른 대성당의 모습도 드러났다.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할 듯 하지만
출근 시간에 잠깐 들러 기도하고 가는 시민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 진다.
우리도 한 쪽 구석에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우리의 안전한 여행과
한국의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나아가 모든 전쟁과 질병이 사라지고 모든 인류가 평화롭기를
그리고,
오늘 하루도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아멘...
쾰른 대성당의 안팎을 좀 더 둘러 보고
본으로 이동했다.
본은 아주 작은 도시지만 두 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통일전까지 서독의 수도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로 베토벤이 태어난 고향이라는 것이다.
베토벤은 사실상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음악활동을 했지만
고향인 이 곳에서도 베토벤의 흔적을 최대한 모아 베토벤 하우스를 세우고 기념하여,
베토벤을 좋아하는 이들이 이 곳을 찾아 오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물론이려니와 아내 또한 꼭 찾아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그의 음악과는 달리
아담하고 소박하다.
삐그덕 거리는 마루 복도를 지나며 그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음악의 악성이라 불리는 거장의 작은 채취들이 느껴지는 듯 하더니
그가 청력을 점차 상실해 가며 작곡을 계속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무지하게 큰 보청기를 보고서는
인간의 의지와 예술혼에 대한 숙연함에 빠지기도 했다.
베토벤에 심취했던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니
배가 고프다. 벌써 점심때가 된 것이다.
오늘 점심은, 뒤셀도르프에 있는 한식부페에 가기로 했다.
베를린 이모댁에서부터 아내가 교민신문에 실린 음식점 광고를 보고 꼭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나또한 기대가 크다.
1인당 7유로(만 2-3천원)로 썩 저렴한 건 아니지만, 바로, 부페가 아니던가...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을 것이다.
뒤셀도르프로 이동해 그 음식점을 찾아갔다.
요즘 계속 한식을 잘 먹어서 한식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한 건 아니지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보니 행복할 뿐이다.
초밥, 김밥, 갈비, 부침, 나물...
흐미...
워메... 좋은거...
아침에 드린 기도의 응답이 이렇게 바로 올 줄이야...
여러번 왔다갔다 하며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보니
우리가 개걸스럽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가 거지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도 많이 먹어서 주인의 눈치도 조금 보인다.
하지만 안면 몰수하고 당당하게
다시 접시를 들고 음식사냥에 나섰고
정말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꺼억거리다
차창으로 내리쬐는 나른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다가
독일을 벗어나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고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브뤼헤에 도착했다.
이 곳은,
플란더스(플랑드르)의 개의 배경이 된 플랑드르 지역의 한 도시로서
금방이라도 네로와 파트라슈가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정말로 아름다운 동화 속 마을이다.
로텐부르크와 함께 아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
생각해둔 숙소가 있긴 하다.
시내에 있는 호스텔인데 일단 먼저 찾아가서 문의해 볼 생각으로
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아담한 호텔이 하나 있길래
혹시나 하고 가격이나 물어보자고 초인종을 눌렀다.
가격은 괜찮은데 방이 없단다.
그냥 돌아서 가려는데
근처에 어딜 가보라고 소개해 준다.
가르쳐 준 길을 따라 문앞에 서니 일반 가정집이다.
잘못 찾아왔나 싶어 멈칫거리다 초인종을 누르니
할머니 한 분이 어서 오라며 친절히 맞아준다.
아까 그 호텔주인과 아는 사이인데
그 호텔이 만원이면 이 곳을 소개해준단다.
이 곳은 일반 가정집이지만 할머니 혼자 사시며 이런 식으로
용돈도 벌고 심심치 않게 보내시려 하는 것 같다.
방도 깔끔하고 오히려 전문 숙소 보다 좋다.
여기에 묵기로 했다.
더 늦기전에 아름다운 브뤼헤를 아내에게 보여주러 나갔다.
현실의 마을이 아닌 마치 레고블럭으로 만든 장난감 마을 같이
여전히 브뤼헤는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먼동이 터 오는 아침에 ~ ~ ~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 ~ ~
~ ~ ~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랄랄라 ~ ~ ~
(이 빵에) 팥 들었슈? (이번 화투판) 파토났슈?
ㅋㅋㅋ ㅎㅎㅎ
플란더스의 개의 주제가를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장난도 치면서
마냥 즐겁기만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나 행복했던 오늘 하루
그러나..
밤중에 깨서는
새벽 내내 요동치는 뱃속을 달래며 화장실 문턱을 뻔질라게 넘나들면서
다시는 과식, 아니 폭식을 해서는 절대 안되겠다고 다짐하고
과유불급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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