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2_02 미국_뉴욕 : 아메리칸 드림

에어모세 2009. 2. 5. 21:30

미국은 유럽 백인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지만
앞서 Melting Pot 이라 표현했듯이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문화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공간이 뉴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다양한 문화 중에 음악적인 측면에서,
흑인들의 고단한 삶의 애환이 녹아 있고
그들 고유의 주체할 수 없는 흥이 표현되어지는 흑인음악이야말로
흑인만의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화적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최고의 브랜드는 아마 '재즈'가 아닌가 싶다.
20세기 초 흑인음악이 백인문화의 장치들을 만나 뉴올리안즈에 시작된 재즈는
1920~1930년대에 뉴욕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그 이후 세계적인 장르로 퍼져나갔고
그 재즈 연주자들과 재즈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뉴욕은 꿈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찰리 파커가 세운 버드랜드

 

이건 재즈라는 장르만이 아닐 것이다.
모든 공연 문화에 걸쳐 그러하지 않은 가 싶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는 걸 꿈으로 안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사실이 굉장한 이력은 남지 않은가
박진영이라는 가수는 뉴욕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 시장에 도전한 스토리를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않던가
뉴욕이라는 꿈의 무대를 품고 사는 이들의 무한도전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을 것이다.

 

인지도로 따지면 아마 가장 유명한 재즈클럽인 블루노트

 

벌써 오늘이 뉴욕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오후에 동생이 사는 노스캐롤라이나 훼잇빌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는 뉴욕에서의 숙소로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여 묵고 있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처음엔 친절하게 잘 하네...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며칠 지내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아파트를 임대해서 우리같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여행 온 젊은 친구들에게 왕언니, 왕누나 역할을 살갑게 하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뉴욕이 너무 좋아서 이곳에 머무르기 시작했다는데
이런 사업까지 한다는 게 참 당차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충족되지 못한, 뉴욕에서 발견한 자기 삶의 행복을
억척스럽게 이루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시간이 다 되었다.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이 너무 많아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숙소 주인 아가씨의 소개로 한국인 택시를 콜 했다.
합법적인 옐로우캡(뉴욕의 정식 노란 택시)은 아니고
그냥 개인 자가용으로 한인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운행하는 일종의 사설영업 택시인 셈이다.
한국으로 치면 '나라시'? ㅋㅋ
한국이나 뉴욕이나 택시기사님들의 말씀은 똑 같이 많으시다.
우리는 듣기만 하고 단답식 대답과 맞장구만 가끔 쳐준다.
얼마 가지 않아서,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기사 아저씨의 미국 정착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사연을 훤히 알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 한가지 기억에 남는 건,
고생했던 수많은 사연보다
아이들을 일찍 데리고 와서 미국에서 공부시키고 취업하고,
본인들도 중년과 노년을 이곳에서 보내게 됨을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처절한 경쟁사회, 양극사회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반증일 것이고
그 대안으로 이 분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왔을 것이다.

 

뉴욕에 단지 두번, 그것도 잠깐씩 머물렀지만,
그래서 느낌이 더 강렬할 수도 있다.

 

 

흑인 음악의 성소를 찾아서,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서,

꿈을 쫓는 이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주인 아가씨와 택시기사 아저씨의 삶,

수많은 식당의 중국 및 동남아 노동자들의 바쁜 손과 발,
길거리 음식 가판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랍계 혹은 히스패닉 들의 퀭한 눈빛,

이 모든 것들이 뒤엉키고, 이 뒤엉킴 속에 함께 뒤엉키고자 끊임없이 찾아 오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활기.

 

이런 저런 생각 중에 1시간 여 걸려서 뉴욕 JFK공항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수많은 이들이 떠나고 들어 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꿈을 쫓는 이들이 뉴욕으로 흘러 들어와 용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