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일주 배낭여행/북미

2009_01_30 미국_뉴욕 : Melting Pot 속으로

에어모세 2009. 1. 31. 14:58

새벽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정말 늘어지게 잤다.

낯선 곳에서의 첫날밤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잤다.

꽉 닫힌 창문임에도 소란한 뉴욕의 하루는 선명히 들려온다.

공짜란 말에 숙소에서 시리얼을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먹고 관광의 의무를 다하러 채비를 차린다.

 

옆에서 헤메고 있는 유럽 관광객들에게 보란 듯이, 지하철 1 day pass를 능숙하게(?) 뽑는다.

사우스 페리역에 내려서 스태튼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봐준다.(뉴욕에 왔으니 보는 것이 아니라 봐주는 것이다. ㅋ)

선상에서 보는 맨해튼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와 월가를 가로질러 갔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그러나 그 심장의 온기는 서늘하기만 하다.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의 활기만이 있을 뿐이다.

 

 

월가를 내려다 보는 트리니티 교회에서는 그 엄숙함에 더해 아카펠라 성가 연습 소리의 신비함이

월가가 지은 죄의 용서를 구하려는 듯 하다.

 

트리니티 교회를 나와 역설적인 이름을 가진 리버티 거리를 돌아서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현장으로 접어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또 무엇을 짓는 지 공사가 한창이고, 주변은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 곳의 모든 이들은 무언가 무거운 마음의 무게를 지고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숙소 주인의 소개로 찾아간 바닷가재 식당,

좀 가격부담이 되더라도 한번쯤 가볼 만 하다는 추천사를 수긍했음에도

메뉴판을 들춰 보자마자 이내 우리는 발길을 돌려 저렴한 점심 부페 코너를 찾아 들어갔다.

배가 고팠기에 실컷 배부르게 먹었건만 왠지 모를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코리아 타운으로 사전 답사를 가게 된다.

 

 

 내일 꼭 다시 오리라.

그저 많이 먹은 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을 충분히 채우리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어두어져 타임 스퀘어로 돌아왔다.

숙소가 이곳에서 가까워 이곳에서 시작했던 오늘의 일정이 다시 이곳에서 마무리 되어진다.

월가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타임스퀘어는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고 일컬어 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오프브로드웨이의 연극 및 다양한 퍼포먼스가 매일 벌어지고

재즈의 고향답게 유서 깊은 재즈클럽과 bar 들이 포진해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업들의 광고가 전광판을 밝힌다.

 

미국, 특히 뉴욕을 정의한 여러가지 표현중에 Melting Pot 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줍잖게 두번째 방문하여 며칠 동안 머무른 거지만,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문화가 수많은 공간에서 펼쳐지고

다양한 인종이 서로 엉켜 생활하고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오고

다양한 계층과 계급이 상존한다.

다양한 이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평화스러운 공존이 계속된다면 진정 Melting Pot 이겠지만,

불평등의 갈등이 있다면 용해되지 못한 것들의 저항이 잠재하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