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가에 갔다가 생각지 못한 귀한 경험을 했다.
월가 입구에 월가를 내려다 보며 위치하고 있는 트리니티 교회에 우연히 갔다가
며칠 후 있을 아카펠라 성가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상황을 보게 된 것이다.
도대체 이게 인간의 목소리란 말인가? 귀를 의심했다.
다소 낯설고 난해한 화음이 신비로운 천상의 소리로 교회안을 맴돌아 들려 온다.
각자 개인 한명 한명도 이미 일가를 이룬 사람들일텐데도
정말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고 지휘자에게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숙소를 나선다
지하철 일일패스를 끊고 본전을 뽑기 위해 여기 저기 가보기로 한다.
그래서 첫번째로 맨해튼과 좀 떨어져 있고 시즌도 아니지만 양키즈 홈구장을 선택 했다.
지하철을 갈아타려는데 멀리서 나는 소리에 이끌려 한참을 서있었다.
건너편 플랫폼에 흑인 무리들이 화음을 맞춰 노래를 하는데 이건 뭐…
어제의 경험에 비길만한 또 한번의 신선한 경험이다.
의외의 곳에서 느끼는 의외의 감동이다.
보이스투맨의 레퍼토리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부르지만
길거리에서 부르는 이 흑인들의 감성을 도저히 따를 수 없다.
정말 흑인의 피는 다른 것일까?
그들의 감성과 몸의 리듬엔 뭔가 다른 게 있음이 분명하다.
그 뒤로 지하철 곳곳에서 거리 곳곳에서
그들이 벌이는 음악적 퍼포먼스를 계속 보게 되었는데,
놀람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뉴욕에 왔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 편 봐줘야 하겠지..
이제 우리는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가 만나는 바로 세계 문화의 중심 타임스퀘어를 향한다.
할인티켓박스 앞에서 추위에 떨며 줄을 섰다.
반대편에 비교적 짧은 줄이 있어 우리딴엔 머리 쓴다고 낼름 짧은 줄 뒤에 섰다.
한참 서 있다 보니, 이런 된장, 오프브로드웨이 연극표를 끊는 줄이다.
뮤지컬도 음악만 들어야 할 처지에 연극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다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한 긴 줄에 섰다.
긴 기다림 끝에, 맘마미아 표를 끊었다.
이미 내용도 익히 알고 노래 레퍼토리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선택했기 때문에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가슴 벅찬 흥분과 감동이 오늘 밤 잠드는 순간까지 식질 않았다.
아내는 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어 계속 저녁시간에 힘들어 했는데,
오늘은 공연 중에 잠깐 졸더니만 이내 깨서는 흥분을 주체 못해 눈물을 쏟기까지 했다.
마지막에 모두 나와 앵콜 공연을 할때는
모두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뚱뚱한 아줌마도, 늘씬한 아가씨도, 중년의 신사도, 귀여운 꼬마 아이도,
백인들도, 흑인들도, 한중일 아시아인들도, 히잡을 쓴 아랍여인들까지
그야말로 모두 하나되어 감격스러운 분위기를 이루어 내고 있다.
최고조의 마음의 감동도 몸의 신호를 거부하지는 못하는 법,
음악의 향연에 흠뻑 취해 돌아 다니며 피곤해질 때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우리는 숙소로 향한다.
음악의 향연에 취해 보낸 하루의 행복한 경험이 우리 꿈속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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