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긴 여정과 늦은 밤까지 이어진 대화때문에
힘든 아침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개운하게 벌떡 일어났다.
힘든 만큼 푹 잠들었던 모양이다.
상쾌한 아침을 맞고자
아내와 함께 이 곳 멤피스의 한 마을을
산책까지 다녀왔다.
다녀와 보니 동생부부가 분주하다.
애기가 밤에 기침을 많이 했단다.
일단 진료를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아 가기로 했다.
동화네 식구에겐 미안하지만
그 사이 우리는 동실누나와 함께 멤피스를 둘러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절대 운전은 안하겠다고 하던 동실 누나였는데
여기서 살려면 할 수 없나부다.
처음 찾은 곳은 미시시피강이다.
길을 잘 못 들어 미시시피강을 건너 갔다 돌아왔다.
덕분에 미시시피강을 제대로 구경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긴 강이라고 하는데
그닥 한강보다 더 크거나 강변을 잘 정리해 놓지는 못하다.
미국 중부를 위에서 아래로 가로질러 농업, 공업의 젖줄 역할을 하고
노예를 싣고 상류로 이동하는 길이 되었다는 사연을 안고 있는 강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겐 톰소요와 허클베리핀의 모험으로 더 기억되었던 곳이다.
능숙한 운전솜씨로 다시 차를 몰아 시내로 들어갔다.
멤피스를 경제적으로 지탱하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현재 존재하는 페덱스라는 회사이고, 또하나는
죽은 엘비스프레슬리 이다. 죽은 지 30년이 넘었건만...
도시 입구부터 사진이 걸려있고 관련된 산업의 홍보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아직 분위기가 차분하지만, 봄 여름에는 열기가 뜨겁단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반감이 든다.
우리 까지 엘비스프레슬리 자손들의 지갑을 채워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세대까지는 중고교 시절 밴드 문화가 있었다.
기회가 되면 기타를 배우고, 더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그 당시 실력은 둘째치고 누가 깁슨 기타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사곤했다.
난 겨우 깁슨 피크 하나 가지고서도 그렇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기타 브랜드 깁슨이 바로 멤피스에 있다.
내부투어 시간이 맞지 않아 들어 가진 못하고 입구에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이동했다.
차안에 비춰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잠시 눈을 감았다.
전자기타도 아닌 통기타를 들고 열심히 록밴드 흉내를 내는 여드름 박사 소년이 보인다.
그렇게 비틀즈, 들국화, 김민기를 꿈꾸던 소년은
또 한번의 황당한 꿈, 세계일주라는 꿈을 품게 된다.
잘 알려지진 않은 듯 한데
멤피스는 마틴루터킹 목사님이 저격당해 돌아가신 곳이다.
그 현장을 Civil Right Museum 으로 만들어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를 정리해 놓았다.
머지 않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사건도 한 자리 차지하겠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마틴루터킹 목사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꼭 들르기로 마음먹고 박물관을 나온다.
동생네가 병원에 갔다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다행히도 동화가 약을 처방받고
여행을 계속해도 좋다는 의사이 진단이 내려졌다.
다시 우리는 택사스 포트워스로 긴 장정을 시작한다.
워낙 긴 시간의 이동이라
Rest Area 에서 소풍 가는 느낌을 만끽하고자
밥도 차려먹고 라면도 끓여 먹는다.
너무 맛있고, 재밌다.
Rest Area 는 한국의 휴게소와는 전혀 다르다.
아무런 장사도 안하고 그저 화장실과 식사 테이블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저녁 9시가 거의 되어 도착하여
유진국 목사님과 문경아 사모님을 만났다.
정성어린 저녁을 대접받고
또 한번의 밤을 잊은 얘기꽃은 계속해서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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