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랜드 캐년에서 일몰을 기다리다
날씨가 흐린 관계로 기대하던 일몰은 보지 못하고
어두어짐에 따라 우리도 윌리암스 라고 하는 근처 도시로 이동하여 숙박을 했다.
오늘은 아리조나 사막을 지나 네바다 사막으로 향한다.
사막지형이 겨울철에는 간간히 쌓인 눈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듯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제 부터 뉴멕시코, 아리조나, 네바다 주의 사막을 거쳐 왔는데
같은 사막이면서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광활하면서도, 기묘하기도 하고, 암튼 대자연의 신비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후버댐을 지나 네바다 주에 들어왔고, 이윽고,
그 광활하면서 황량한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
화려함으로 가득차 느닷없이 우뚝 서 있다는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도착하여 중심 도로인 스트립을 따라 끝까지 가보는데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어제까지는 대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았다면
오늘은 인공적인 화려함의 극치를 보고 있다.
우리는 바로 앞에 맞닥뜨린 이 공간에 한편으로는 거부감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오늘 하루만은 이 화려함을 누리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촌스럽디 촌스러운 우리는 결국 라스베가스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분명 결코 벌이지 않을 일이지만
한번도 그래 본 적도 없고 상상도 해보지 않았지만,
우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고급 호텔을 체크인 했고
그 호텔 지하의 우아한 부페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사실, 카지노 마케팅의 일환으로 숙박과 식사 비용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하다.
그럼 그렇지, 우리가 ... ㅋㅋㅋ)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충분히 누린 우리는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발품을 팔아
라스베가스의 화려함 속으로 들어가 본다.
각자의 관심있는 공연과 쇼를 찾아 보는 것도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관심을 끌만한 최고의 볼거리는
바로 벨라지오 호텔앞에서 매일 15분 간격으로 펼쳐지는 분수쇼 일 것이다.
매번 다른 음악으로 다른 퍼포먼스를 연출하면 장관을 이룬다.
분수의 물줄기 하나 하나가 마치 살아 있어 춤을 추는 듯 하다.
라스베가스를 환하게 밝히는 카지노 호텔들은 현란하면서도 개성있게 꾸며 놓았다.
옛 로마시대를 재현해 놓은 곳, 이집트 유적들을 옮겨 놓은 듯한 곳,
뉴욕을 축소 시켜 놓은 곳, 파리 에펠탑을 장식해 놓은 곳,
저마다의 개성으로 자신의 카지노로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서로 눈치 보다가
아내가 재미로 몇 번만 해보자는 얘기에
얼른 자리 잡고 1불 짜리를 집어 넣고 땡겨(?) 본다.
어디 그리 쉽게 될 일인감...
그런데 아내는 1불 몇개를 가지고 쉽게 18불을 넘기는 것 아닌가
괜시리 질투가 나고 괜한 승부욕이 발동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30불 정도를 잃었다.
잘 나가던 아내도 곧 모두 읽고 허탈해 한다.
둘이 합쳐서 50불을 탕진(?)하고 말았다.
재미로 하기엔 작은 돈은 아니지만
유혹에 맞서서 선방한 것 같다.
오늘 하루도 피곤하다.
유혹도 욕망도 화려함도 모두
지친 어깨 뒤로 숨고 졸린 눈꺼풀에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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