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정은
오늘까지 스페인어 공부를 끝내고
주말에 신성한 계곡과 마추픽추를 다녀와서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예정은 쿠스코 --> 아레끼빠 --> 푸노 --> 볼리비아 라파스 이다.
버스편을 알아 보러 오늘 쿠스코 시내의 여행사를 돌아다녀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쿠스코에서 다른 도시로의 육로가 모두 막혔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인티라이미(태양의 축제 6월24일)를 전후로 시위를 벌이는데 그 방법으로 도시간의 도로를 점거한다는 것이다.
어떤 에이전시는 금방 풀릴거라며 걱정하지 말라하고
어떤 에이전시는 6월달 내내 육로 이동은 힘들거라며 항공편을 알아 보는 게 나을 거라 했다.
근래에 다른 도시에서 쿠스코로 들어 온 여행자들이 30시간이 걸렸다느니, 7시간을 걸었다느니, 하는 말들이 무성했다.
항공편으로 볼리비아 라파스로 이동하면 우리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아레끼빠와 푸노를 들르지 못한다는 것이고,
비행기가 버스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큰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알아 보고
저녁이 거의 다 되어 피곤하여 돌아오는 중에
저녁식사를 위해 한국음식점에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인 부부께서 친절히 맞아 주셨다.
이 곳에 있는 동안 자주 들렸었었다.
식사를 하고, 1주일간의 학교생활을 마친 걸 축하한다며 책걸이라고 맥주도 한 병 내오셨다.
옆 테이블의 다른 여행자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얘기가 이어졌다.
맨 먼저 나온 주제는 육로 이동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장님이 농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페루 정부가 관광 시스템과 농촌 기반 시설에 대한 독점권을 외국 자본에게 넘기려 하는데
그렇게 되면, 원주민들 조차 물 한방울 쓰는 것도 돈을 지불해야 하고
모든 수익에 대해 원주민들은 소외될 것이라는 거다.
이전에도 사장님과 얘기중에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으로 인한 관광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페루의 대다수가 왜 그렇게 가난하게 사는 지 모르겠다고 하자
이 모든 것이 정치의 문제라며 핏대를 세웠던 사장님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기도 했었다.
잠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 선 적도 있었지만
현재의 정권을 포함해 많은 정권들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정권으로서
페루 전체 인민의 이익을 위하기 보다는 기득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해왔단다.
미국 또한 이러한 정권이 자기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쉽기 때문에 지원한다.
더욱이 요즘 남미 여러 국가들이 사회주위 정권이 들어서면서 블럭화 하자
페루 만이라도 자기의 수하에 두려는 미국의 사주가 심하다고 한다.
쿠스코, 마추픽추를 비롯한 모든 관광자원의 수익은 한 줌도 안되는 기득권의 주머니로 들어간단다.
외국자본을 앞세운 사업가들과 그 뒤를 봐주는 정치가들의 커넥션이 너무나 강고하다고 한다.
일례로,
페루엔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많이 타고 다녔던 티코와 스타렉스 중고차가 많은데
한 사업가가 정치가들의 빽을 빌어 한꺼번에 대량으로 들여와 큰 돈을 벌었단다.
그런데 이 자동차가 우리 돈으로 4-5백만원에 이 곳에서 거래되는데
서민들에게는 아주 큰 돈으로서 어렵사리 티코 한 대를 사서 한 집안을 먹여살리고 빚을 갚으며
계속해서 어려운 살림을 살 수 밖에 없단다.
며칠 전 리마 국립박물관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 참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양비론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생명을 위한답시고 다분히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이 가진 기득권의 경찰과 가난한 농민들의 울분이 대립했을 때, 과연 중립이라는 게 옳은 일일까?
사장님께 빈부격차가 구조적으로 심하게 되면
혹시,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의식화를 시도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는데
수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깨지고 돌아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선량하다는 것은 때로는 단순함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이념보다는
단순히 지금 당장 자기에게 돈이 되는 일에 관심한다는 것이다.
주인 아저씨는 5년 전에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 곳에 오셔서
원주민들에게 도자기 학교를 열어 조금이나마 그들의 경제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단다.
지금은 한인식당과 한인민박을 열어 운영하기도 하시는데
그 말 못 할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을 하시다가도 자신의 꿈을 얘기할 때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가난한 원주민들을 깨우치는 방법으로 어떠한 이념을 들이대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실제적인 기술을 가르쳐 한국이나 미국으로 보내 자신의 가족들을 건사하도록 하고
그러한 시스템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이 되면 조금이나마 가난에서 해방되고
현재의 모순된 분배구조를 깨나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믿음을 사장님은 지니고 있었다.
이 먼 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고자, 조금 더 나아가 다른 이와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감동적이었고,
나의 굳어진 마음을 울리고 깨친다.
이 곳에 직접 와서 느낀 건 페루는 축복 받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4계절을 만날 수 있다. 열대 우림, 온난한 고산 평지, 해안가 사막지대, 안데스의 만년설
그리고 따스한 태양,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 무엇 보다도 그렇게 순박할 수 없는 페루의 인민들...
이렇게 선량한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안타깝다.
햇빛을 쪼이러 아르마스 광장에 앉아 있으면 가장 귀찮은 것이 물건을 팔아달라고 접근하는 이들이다.
한편으로 너무 귀찮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선뜻 좋은 것을 사먹고 좋은 구경을 위해 몇 십, 몇 백 달러를 지불하면 대부분이 페루의 기득권의 배를 불리우는데
노점상에서 1,2솔 깎아 보려는 내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 옛날(?) 청년 시절, 수련회를 가면
식사시간에 기도 대신 '밥송'을 불렀었다.
경망스러울 정도로 장난스럽게 불렀지만 그 의미만은 그 어느 기도보다 절실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너무나 푸른 하늘을 가진 페루
너무나 순수한 페루아노, 페루아나 들
그 하늘만큼 밥도 나누어 먹게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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