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농민들의 시위와 주장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며,
항공편을 이용하여 볼리비아 라파스로 바로 이동하기로 결정 했다.
다행히 비교적 싼 티켓(인당 99불)을 예약했고,
25일 목요일 비행편이므로 24일 열리는 인티라이미(태양의 축제)도 보고 가게 되었다.
일정이 조정되긴 했지만, 조정된 일정 또한 원활하게 진행되어 맘이 홀가분해졌다.
오늘은 투어리스트 패스를 끊고, 쿠스코 시내 박물관과 주변 유적지를 돌아 볼 예정이다.
130솔 짜리 패스는 16개의 박물관과 유적지를 볼 수 있는데
한 군데 입장하는데 30-50 솔 정도이니 적어도 4군데만 가면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댕겨보자.
(당근, 쿠스코 중심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성당과 교회 그리고 마추픽추는 제외이다.)
먼저 버스를 타고 쿠스코 근교로 나가본다.
털털거리며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빼곡한 버스는
우리네 시골 장터로 향하는 버스를 연상시키며 그렇게 정감있을 수가 없다.
택시를 대절했다면 적어도 15-20솔 이상은 줘야 할텐데, 버스 요금은 인당 2솔(700원) 이다.
삐키약따(Pikillaqta)에 내려야 하는데, 어딘지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내릴 때가 되자 버스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여기서 내리라고 알려준다.
시골 사람들의 인심과 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내리고 보니 주변엔 아무 것도 없이 유적 안내 간판만 덩그러니 있다.
집도 안 보이고 도로에는 띄엄띄엄 차가 다니고 황량한 산만 보이지만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이 모습 또한 아름답다.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 가니 멀리 유적지가 보인다.
잉카 이전 시대의 도시 유적인데, 대단한 석축 기술은 잉카문명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한다.
이 유적은 한 마을의 터 이었으므로 한바퀴 돌아 보는데 꽤 넓다.
다시 버스타러 나가면서 언뜻 언뜻 돌아 보는데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되었던 청산도를 연상시킨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띠뽄(Tipon)으로 갔다.
쿠스코와 삐끼약따 중간 쯤 위치해 있는 띠뽄은 띠뽄 유적지로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꾸이(Cuy) 요리다.
꾸이는 정식명칭으로는 기니아 피그이고, 종종 모르모트라고 하는 책도 있다.
모양은 쥐와 똑같이 생겼다.
어쨌건 기니아 피그, 모르모트, 쥐는 모두 같은 설치류이다.
띠뽄에 내리니 점심때가 되어 우선 점심을 먹고 유적지를 둘러 보기로 했다.
여기 까지 왔으니 꾸이에 한번 도전해 보자!!!
페루 사람들에게 꾸이는 완전히 좋은 별미에 영양식이다.
주문을 하고 양해를 얻어 부엌 구경을 좀 했다.
꾸이를 굽기 전에 다듬는 모습을 봤는데 웬만큼 비위가 강한 나도 계속 보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양념을 고루 잘 발라 큰 화덕에 구운 후, 접시에 담겨 식탁에 올라 왔는데, 난감하다...
맨정신(?)으로 힘들 것 같아 맥주를 한 병 시켜 벌컥 한 잔 마신 후, 이제 도전해 본다.
굳이 문화상대주의를 크게 주창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개고기와 뻔데기를 먹듯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두가지를 먹는 거에 대해 대단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페루인들이 꾸이를 먹는 것을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실, 단지 쥐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인데 그 선입견을 극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용기를 내어 한 입 베어 물고는 주문을 외운다.
이건, 닭고기야... 이 닭고기 참 맛있네...
으...윽...
한 입 먹고, 적당히 썰어 또 한번 먹어 본다.
특별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점점 먹을수록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은 맛이다.
옆 테이블의 현지인은 모든 부위를 뼈까지 발라 깨끗이 먹어 치웠다.
난 그 정도는 안되지만 처음 치고는 꽤 먹었다.
다음에 먹는다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돈 주고 다시 사먹을 일이 있을 지 모르겠다. ㅋㅋ
처음부터 내가 먹는 거 보고만 있다가
옆에 감자 하나 겨우 집어 먹은 아내는,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배 좀 고플 것 같다.
비위 강한 나도 좀 그랬는데, 아내는 오죽했으랴^^
페루식 특별 영양식 요리를 먹었으니 힘을 내 또 댕겨보자.
띠뽄 유적지에 올라갔다.
높은 산 중턱에 층계식으로 이루어 진 유적지는 그 자체도 신기하지만
수로를 끌어다 각 층 마다 물을 흐르게 한 지혜가 새삼 놀랍다.
유적 한 곳, 한 곳 이제 다녀 보는데,
앞으로 보게 될 잉카 유적지에 대한 기대가 새삼 크게 커진다.
오후 늦게 쿠스코로 다시 돌아와
투어리스트 패스로 입장이 가능한 몇 군데를 더 돌기로 했다.
파차쿠텍(Pachkuteq) 이라는 잉카의 어떤 장군 동상인데
아르마스 광장과 신시가지를 잇는 솔 거리(Av. Sol) 끝에 우뚝 서 있다.
밑에서 올려다 볼 때는 그저 그랬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니 전망이 꽤 좋다.
배고프고 피곤한 아내를 설득해
딱 하나만 더 보고 가자고 했다.
마지 못해 동의한 아내를 이끌고
페루 전통 음악과 춤을 공연하는 극장엘 갔다.
처음엔 신기한 듯 호기심으로 봤지만 점점 지루하다.
축제 기간인 지금 거리마다 행해지는 춤과 음악이 더 볼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나오니 축제의 열기가 후끈하다.
코리칸차의 조명 아래로 춤추는 행렬이 이어지고
아르마스 광장은 인기 있는 밴드의 공연이 있는지 발 딛을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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